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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캘리 Mar 10. 2022

우리 아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지나친 부모의 사랑도 독이 된다.

"어머니 말씀을 쭉 들어 보니 기범이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거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한번 아이와 함께 방문해보시겠어요?"


"제가 쌍둥이라... 혹시 쌍둥이같이 방문해도 될까요?"

"네 그럼요 얼마든지요!"



지인분의 소개로 아동 창작미술 선생님에게 고민상담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역시나 이번 주도 깨끗하다.

3주째다.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기범이 활동지가 깨끗한 것이.

손을 댄 흔적이 있지만 그것도 어린이집 선생님이 도와주려다 만 흔적이다.

 외에는 어떤 흔적도 없다.




잠든 기범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에 상담받았던 대화들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쌍둥이들과 함께해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범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요."


"기범이가 기용이에 비해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면이 많이 커서 그래요."

"기범이에게는 어머님이 세상의 전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


"지금까지 어머님께서 잘해 주셨어요."

"이제는 쌍둥이들 스스로 할 수 있게 어머님께서 아이들을 기다려주셔야 해요."

"너무 걱정 마세요 어머니."


눈물이 왈칵 났다.

나는 정말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알고 싶지 않았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서

기범이가 중간중간 변해가는 게 보였던 거 같다.



셋이서 하던 게임도.

언제부터인지 기범이는 옆에서 훈수만 뒀다.

셋이서 하던 그림 그리기에서도.

셋이서 하던 종이 접기도.

그렇게 기범이는 옆에서 기용이와 내가 하는 놀이를 구경만 했다.



그냥 사랑만 듬뿍 주면 되는 줄 알았다.

아이 사회성 발달이 뭔지도 몰랐고,  의존도가 어떨지 생각도 못했다.

정말 엄마로서 무지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신발을 신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스러워 옆에서 도와주었고, 그림 그리면서 집중하는 모습이 귀여워  옆에서 함께 그렸다.

꼭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 밥 먹는 거 같아   신기해하며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었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었다.


지나친 자식에 대한 애정이 아이의 사회성과 독립성을 방해했던 것이다.



나는  도와주는 것보다 지켜봐 주는 방식으로 예전과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만 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습관처럼 나의 몸이 먼저 움직였고 쌍둥이는 혼자 하기보다 엄마의 도움을 기다렸다.




그리고  미술 선생님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술 선생님은 첫 수업도 아닌데 매일 같은 말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선생님과 수업 전에 약속 한 가지 해요"

"혼자서 하기 힘든 부분이 나오면 선생님께 도와주세요 하고 꼭  말하기."

"기용이와 기범이가 표현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몰라요."


분명히 도움이 필요한데도 쌍둥이는 도와주세요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한두 달은 애먹으셨다고 한다.


"기용아 도와줄까?" "기범아 선생님이 도와줄까?"

"다음에는 먼저 도와주세요 하고 말해줄래?"


그리고 어느 정도 아이들이 수업에 적응이 된 이후에는 선생님께서도 쌍둥이가 도와주세요 말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주었다고 한다.


모두의 노력으로 나는 기범이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린이집에서 하는 활동지도 수업시간에 해와서 더 이상 집에서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듯이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것도 중요 하지만, 연령에 맞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출처:건강보험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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