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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K Jan 07. 2018

13박 15일간의 이탈리아 신혼여행 - 나폴리

피자와 지하도시



피자 맛집 Antica Pizzeria da Michele


지난 글에 이어, 호텔에 도착한 아내와 나는 짐을 풀고 바로 나폴리 구경에 나섰다. (숙소에 대한 후기는 여행 준비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로마에서 넘어온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점심 식사를 위해 나폴리에서 가장 유명한 피자집에 가기로 했다.


피자 가게까지 버스를 타고 좀 가야 해서, 호텔 바로 아래 있던 젤라또 가게에서 하나를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해 XL 사이즈를 먹으려고 하다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버스 안에서는 음식물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여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다 먹자며 3유로짜리 S 사이즈를 샀다.


이태리에 도착하여 처음 산 젤라또라 맛을 직원분에게 추천받았는데, 가장 잘 나가는 맛은 누뗄라와 피스타치오라고 권해주었다. 사진에서 처럼 우리는 누뗄라 맛을 샀는데, 맛이 없지는 않았으나 누뗄라를 차갑게 해서 먹으면 딱 이런 맛이겠구나 싶은 맛이었다. 후에 다른 도시에서 피스타치오를 사 먹었는데 배스킨라빈스의 민트향이 나는 피스타치오가 아닌 짭조름이 더해진 맛이라 좀 더 우리 두 사람 입맛에는 맞았다.



피자 가게가 골목 안쪽에 있어 버스에서 내려 몇 블록을 가로질러 들어가야 했었는데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위 사진처럼 횡단보도가 있으면 기둥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잠시 뒤 신호가 바뀐다는 점이다. 처음에 우리는 멋모르고 계속 기다리고 서있었더랬다.


또 한 가지는 이탈리아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기본적인 인식이 보행자가 우선인 것 같았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몇 번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와 사람이 비슷한 타이밍에 서로 마주치면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보통인데 이곳 운전자들은 설사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서서 기다려준다. 그래서 그런지 현지인들은 짧은 횡단보도는 보행 신호와 관계없이 대부분이 그냥 건너갔고, 4차선 이상의 대로변을 가로질러 건너가는 사람도 많았다.



피자 가게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버스 정류장에서 골목길을 가로질러 가는 경로였는데,  이태리에 도착한 지 이틀밖에 안되었고 막연한 소매치기와 치안에 대한 두려움, 남부 도시들이 위험하다는 글을 많이 보고 가서 골목들을 가로질러 지나는 게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지나가야 하는 골목이 치안이 안전하지 않은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갈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낮이기도 했고 골목길을 봤을 때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지나가기로 했었다.


다행히 낮에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하지 않고 마치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이나 종로 인쇄소 골목 느낌의 거리들이었다. 하지만 여자들끼리 간다면 좀 둘러가더라도 큰길을 사용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드디어 도착한 피자 가게는 명성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줄을 길게 서있었다.


처음에는 멀뚱멀뚱 줄을 서 있었는데, 잠시 뒤 이탈리아 말은 모르지만 입구에 서 있던 종업원이 뭔가를 부르는 걸 보고 번호표를 받는가 보다 하고 사진 속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니 역시나 번호표를 주었다.



우리가 받은 번호는 29번이었는데 약 5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늦은 점심으로 오후 2시쯤 도착한 우리는 점심 식사 후에 가기로 한 지하도시 입장 마감시간이 5시까지라 다시 들어가서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카운터에서 결재하고 안에서 기다렸다 받아가면 된다고 하였다.



안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테이블을 보니 피자 하나 사이즈가 제법 커서 아내와 나는 입이 짧아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마르게리따 1개만 주문하였다.



약 10분 정도를 안에서 기다려 받은 피자를 들고 우리는 근처 공원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 피자를 먹었다. 사실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인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탐방하는 유튜브나 TV 프로에서 한국 피자를 시켜먹으면서 외국인들이 찬사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랄까.



캄파니아 아르떼 카드


다음 목적지는 캄파니아 아르떼 카드(Compania Artecard)를 사러 가는 것. 캄파니아 아르떼 카드는 나폴리, 소렌토, 아말피, 포지타노 등 남부 도시를 아우르는 캄파니아 주에서 사용 가능한 통합권 개념으로 박물관 및 유적지 처음 2곳 입장료는 무료, 이후 3번째 입장부터는 입장료 50%를 할인해 준다. 또한 페리와 택시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 수단(SITA 버스, 사철 포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권 역할도 한다. 단, 3일권은 교통권이 포함되어 있으나 7일권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나폴리 역에서 만났던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아르떼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물어봤었는데, 관광 지도에 표시해준 곳은 두 곳으로 우리가 갈 곳은 움베르토 1세 갤러리(사진에서 아래쪽에 써진 곳)였다.



움베르토 1세 갤러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누오보 성. 갤러외관을 공사 중이라 잘못하면 못 찾고 그냥 지나쳐서 갈 뻔했는데 도착한 갤러리는 천장이 정말 멋진 건물이었다.  


갤러리 내에 Tabacchi라고 쓰인 잡화점에서 표를 팔고 있는데, 보통 다른 곳에서도 이 Tabacchi가 표를 파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담배, 복권, 표 등을 파는 잡화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원래는 역에서 1일 교통권을 샀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고 교통권이 빠져있는 7일권을 사려고 했으나 3일권 밖에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3일권을 구매하였다. 가격은 1개에 32유로. 이때 구매한 아르떼 카드는 나중에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가는 사철, 폼페이 입장, 소렌토에서 포지타노, 아말피 사이를 이동할 때 SITA 버스를 탑승하는 데 사용하였다.


원래는 나폴리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 등을 더 돌아볼 예정이었으나 뒤에서 쓸 지하도시를 첫날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하여 더 많은 곳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잘못 찾아간 지하도시


나폴리에는 거대한 지하도시가 실제 도시 아래 구성되어 있는데, 아직까지도 다 발견되지 않았으며, 발견된 곳 중 일부는 투어 관광을 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이 지하도시는 과거에는 물을 저장하는 곳으로 쓰였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지하 벙커로도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 전 국내 블로그에서 찾아두었던 지하도시 주소가 잘못된 정보 우리는 허탕을 쳤다. 참고로 정확한 위치는 "Piazza San Gaetano, 68, 80138 Napoli NA, 이탈리아"로 구글맵에서 검색하면 된다.


뭔가 지도에 안내된 경로로 가는데 점점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분명 유명한 관광지라고 그랬는데 주변에 오가는 행인도 점점 드물어졌다. 그런 의심을 품고 도착한 곳은 실제 출발 장소가 아니라 투어 중 들리는 곳이라는 안내 표지가 우리를 기다렸다.



마지막 입장 시간이 지나버린 시점이라 근처 다른 지하도시 갤러리를 보러 가려고 갔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곳도 우리가 갔을 때는 오픈 시기가 아니었다.




 자신이 길 안내를 잘못했다며 미안해하며 여러 개를 찾아보지 않고 한 블로그의 정보만을 확인한 자신을 탓하는 아내를 달래며 내일 소렌토로 넘어가 전 오전 타임 투어를 보기로 하고 우리는 플레비시토 광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플레비시토 광장 (Piazza del Plebiscito)


산 프란체스코 디 파올라 성당과 왕궁이 마주 보고 있는 넓은 광장으로 웅장함이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고 근처 건물들에 하나둘 씩 불이 들어오니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분위기의 도시로 바뀌었다. 광장 너머로 보이는 배 모양의 호텔인지 크루즈 배인지 모를 야경을 잠시 감상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큰 슈퍼가 있어서 들어간식거리와 일회용 면도칼, 물 등을 샀다. 슈퍼에서 나올 때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숙소까지 5분 거리라 그냥 두 사람 다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가기로 했다.



한밤중의 폭죽 소리


이태리 여행 중 가장 놀랐던 때로 호텔에서 자다가 갑자기 총성 같은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깜작 놀라 잠에서 다. 낮에 나폴리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위험한 곳이라는 인상은 많이 줄었다곤 해도 이태리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던 날이라 여전히 이유 없이 치안에 대해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계속되는 총성 같은 소리에 총격전이라도 난 줄 알고 잔뜩 긴장한 채 놀랠까 봐 아내는 깨우지 않고 바깥 동태를 살피기 위해 발코니 셔터를 살짝 올리고 봤는데, 옆 호텔에서 폭죽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시간이 밤 11시 반이었는데 말이다.


다행스럽기도 하고 안심은 되면서도 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을 때 옆 테이블 외국인들도 밤에 전쟁 난 줄 알고 깜짝 놀래 깼었다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아내는 밤에 무슨 일 있어냐고 내게 물어보았다.


사실 모르고 왔다가 여행 중간에 알게 되었는데, 여행 당시 IS의 테러 위협이 강해지면서 이태리 자국민들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는 시기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이나 차량이 진입하기 좋은 곳에는 여지없이 장갑차와 군인들이 있었던 이유가 때문이었다.


다시 찾은 지하도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미리 해둔 다음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지하도시를 보기 위해 출발하였다. 살짝 비가 오고는 있었지만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는 아니고 촉촉하게 내리는 정도였다.


호텔에서 지하도시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비도 오고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10시 투어 시간을 조금 지나 도착하는 바람에 12시 투어를 보아야 했다.


소렌토 까지는 사철을 타고 갈 예정이라 따로 표를 예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12시 투어를 보기로 하고 근처 산세베로 예배당을 구경하기 위해 갔으나 아쉽게도 예배당이 쉬는 날이었다.


어쩔 수 없이 12시까지 기다리기 위해 비도 오고 하니 따뜻한 커피나 마시자며 근처에 눈에 띄는 카페로 무작정 들어갔다.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커피와 디저트류도 꽤 괜찮아서 몸을 따듯하게 데우고 투어 매표소에서 10분 전에만 오면 되고 못 들어가는 거 없이 다 들어가니 굳이 일찍 와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여 느긋하게 30분 전쯤 지하도시 투어 장소로 출발했다.


아직 입장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투어는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 어로 진행된다. 줄을 서 있으면 가이드들이 다시 언어별로 줄을 나눠 세워준다.


(※ 주의! 지하도시 여행기에는 일부 서프라이즈 이벤트에 해당하는 투어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전에 내용을 미리 보고 가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이 이후 여행기는 건너뛰고 바로 쏘렌토로 향하는 길을 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입장 시간이 되면 터널 같은 계단을 통해 지하 도시로 입장하게 되는데, 지하다 보니 습기 때문에 미끄러운 곳이 많 주의해야 한다. 입장 가이드도 머리 박지 않게 조심하고 꼭 손잡이를 잡으면서 계단을 내려가라고 강조한다.


꽤 깊은 계단을 다 내려가고 나면 가이드가 지하도시가 생긴 유래 등을 설명하며 투어가 진행되는데, 2차 세계대전 때는 벙커로 쓰였던 만큼 군데군데 천장을 뚫고 들어온 폭격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원래는 지하 물탱크 같은 역할로 쓰였던 곳으로 어떻게 지하도시를 당시 지었는지, 물탱크를 관리하는 인부들이 어떻게 지하와 지상을 이동했는지, 어디까지 물이 차있었는지 등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할 수 있다.


설명을 한참 듣다 이동하다 보면 하이라이트 구간이 나오는데, 당시 인부들이 지나다녔던 길을 똑같이 초를 들고 들어가는 구간이 있다. 길 폭이 좁아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진행하지 않을 것을 가이드는 권장한다. 실제로 좀 좁긴 하지만, 일반적인 동양인 체형이라면 큰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좁은 통로를 지나가면 물이 차있는 넓은 공간을 보게 되는데, 이곳에서도 폭격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장소 투어가 끝나면 어제 우리가 허탕 쳤던 두 번째 장소로 이동을 하는데, 일반 가정집에 있는 비밀의 통로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이다.


만일 모르고 이 집에 들어간다면 바닥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힘든 구조로, 가이드도 한번 찾아보라고 퀴즈를 낸다. 


마지막으로 극장으로 쓰였던 공간을 둘러보고 끝이 나는데, 처음과 달리 나머지 2곳은 실제 가정집 아래에 있는 공간이라 발굴 조사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전체 투어 진행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린다.


투어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는 기념품을 파는 골목 같은 곳이 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소렌토로 향하는 길


지하도시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았다. 짐을 찾을 때 직원이 택시가 필요하냐고 물어서 비도 오고 하니 타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갈 때 타는 가르발디(Garibaldi) 역은 지하철까지 환승할 수 있는 역이라 사람들이 많다고 하여 우리는 그보다 한 정거장 전인 종점역 포르타 노라나(Porta Nolana) 역으로 가서 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택시 기사분이 소렌토까지 사철을 타면 비용이 얼마고 가서 또 버스 타고 하면 비용이 얼마인데 자기는 100유로에 데려다주겠다며 딜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아르떼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을 즐기기 위해 사철을 한번 타보려고 한다 말하며 거절하였다.



사철은 확실히 낡긴 했지만 우리나라 경전철 느낌이었고, 종점역인데다 비수기라 그런지 사철은 자리가 여유로웠다. 우리는 짐도 있고 해서 제일 뒤쪽 칸에 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리어를 손잡이에 가지고 갔던 와이어로 묶어 두었다. 가르발디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타긴 했지만 다른 여행 후기들에 나오는 것처럼 지옥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지하철 내에서 따로 구걸하는 집시는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이동하는 동안은 보지 못했다.



택시 기사분 말과는 달리 15분 정도 거리긴 했지만 소렌토 역에서 호텔까지는 걸어서 가기에 충분한 거리였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아기자기한 거리를 지나 우리는 그렇게 2번째 여행지인 남부 도시 소렌토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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