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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환 May 09. 2018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와 중심정맥관

'항암 치료를 받을 때마다 내 혈관을 찾기가 어려웠다. 치료의 부작용으로 항암제가 닿는 곳마다 폐허가 되었다. 카바노프는 중심 정맥관 시술에 부정적이었다. "지금으로서는 환자분의 면역력을 위험하게 할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아요."


"텅 빈 망망대해에 낚시대를 드리우는 기분이에요." 창밖을 바라보는 내 팔에 최첨단 혈관 탐지기를 대보던 간호사가 말했다. "꽤 외롭죠. 죄송하지만 혈관이 도무지 잡히지 않네요." '

-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P.64 , 나나 리그리스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로서 저에게 중심정맥관은 여러 의미로 다가 옵니다.

치료의 초기와 중간, 그리고 안타까운 마무리에 모두 중심정맥관을 만나게 됩니다.


환자분들 대부분은 암을 처음 진단받고 중심정맥관 , 그중에서도 케모포트 삽입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항암제 종류상 혈관외 유출이 될 위험성을 고려해서 케모포트 삽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입원하지 않고

외래 주사실 및 가정에서 항암제 유지를 위하여 케모 포트 삽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처음 케모포트 설명 및 동의서를 받으러 갈때 환자분들은 이제 치료가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첫날 시술 후 욱신거림에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내 몸의 일부처럼 적응을 하시게 되고 감염 예방을 위하여 퇴원전 열심히 관리 교육을 받습니다.

첫날부터 시작하는 치료가 잘 유지되어 항암치료를 완료하고 케모포트를 제거하는 소망을 보이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중심정맥관은 위 책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에서 처럼 말초혈관으로 항암제 투여하며 버텨왔던 치료의 중간, 말초혈관을 찾기가 어려울 때 다시 등장합니다.

이 때 환자분들은 혈관 잡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면 무척 좋아하십니다. "진작 왜 권하지 않았어요?"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암이라는 녀석, 참 만만한 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치료의 과정에 열심히 중심정맥관 관리를 했지만 중심정맥관 감염으로 인하여 입원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고 중심정맥관 제거를 해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안타깝지만 마무리하는 단계에 중심정맥관은 다시 등장합니다.

처음 진단부터 심하게 복막전이가 된 환자들분은 구역/구토로 입으로 드시질 못하고 중심정맥관(케모포트,PICC)의 도움을 받아 TPN과 같은 영양공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힘들게 암과 싸워 갔지만 재발과 암의 진행으로 이제는 더이상의 항암치료가 어려울 때 호스피스 치료를 받을 때 중심정맥관을 통하여 영양공급을 받습니다.


오늘도 한 병실 안에 처음 치료를 위하여 중심정맥관 시술 동의서를 열심히 읽고 있는 환자분과 자꾸만 진행되는 암때문에 드시지 못하여 중심정맥관으로 영양 공급 받고 있는 환자분이 같이 있습니다.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로써 두 환자분 모두에게 도닥이며 가만히 손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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