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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Sep 10. 2024

내 취미의 역사

얇디얇은 습자지 같은 나의 취미생활

 빈칸놀이터의 브 X 부 모임에 참여했다. 브 X 부는 브랜딩 부캐로 말 그대로 나의 부캐를 성장시키는 모임이다. 나는 작년 글쓰기 모임에 참가한 이후로 글쓰기에 매력에 빠져 필명까지 정한 사람으로서 나의 부캐를 성장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의 목표도 책 한 권 출판하기로 정했다. 후훗. 너로 정했다!

 그리하여 내 취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려 한다. 머릿속에 기억나는 첫 번째 취미는 꽃꽂이다. 중학교 CA 시간에... CA 하면 요즘 사람들은 모를 수 있으니 설명하자면 토요일에 수업... 우리 때는 토요일도 학교 갔다. 어쨌든 club activity의 약자로 토요일 수업 시간에 본인이 선택한 클럽에 가서 활동하는 시간이다. 그때 내가 제일 처음 골랐던 특별활동이 꽃꽂이였다. 아직도 초록색 네모난 꽃꽂이 폼의 촉감이 생생하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쑤욱하고 들어가고 손에 물이 묻어나는 생경했던 느낌. 육아 서적에서 아이에게 5가지 감각을 이용해 알려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봤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20년 넘게 지난 지금도 꽃꽂이 폼의 촉감이 내 기억 속에 살아있다. 누구나 꽃꽂이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난 그 본능적 끌림에 충실했고 중학생 때 남은 좋은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나를 꽃집으로 인도했다. 두 번째 꽃꽂이는 용용이와 결혼 후였다. 나의 집이 생겼고 거기에 꽃을 장식하고 싶었던 것 같다. 퇴근 후 송도 신도시로 달려가 아름다우신 선생님이 있는 작은 꽃집으로 갔다.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분홍분홍하지 않아서이다. 결과물의 색감이 낮았다. 화사한 분홍빛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 아니었고 마침 딱 맞는 결의 꽃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초급 과정 수업을 들었는데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플라워 박스, 리스, 꽃바구니, 센터피스, 꽃다발을 만들었다. 정확히 무엇을 만들었는지 적을 수 있는 이유는 그때의 수업을 블로그에 적었기 때문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이렇게 깨닫는다. 비공개로 되어있는데 전환해야겠다. 


 선생님과 야무지게 수다를 떨며 서로의 감각을 뽐내는 아주 즐거웠던 시간은 내가 임신을 하면서 멈추게 되었다. 디퓨저 같은 인공향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꽃꽂이도 그만둬버렸다. 나의 힐링을 돕는 아주 멋진 시간이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초급 수준의 꽃꽂이는 지금도 언제든 할 수 있다. 수업 후 용용이와 양재동 꽃 시장에 가서 꽃꽂이용 가위와 꽃들을 사와 집에서도 즐겼다. 뭐든 초급을 단단히 배워둬야 한다. 기본기가 잘 닦여 있어야 그 후의 길도 탄탄하게 진행된다. 거기에 손재주 한 방울이 들어가면 끝. 

 꽃꽂이 후에 캘리그래피를 했다. 나는 자라면서 쭈욱 악필이었다. 글씨를 잘 쓰고픈 욕구는 강하였지만 어쩐지 따라와 주질 않더라 그래서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휘갈기듯 쓴다. 하지만 그림 그리기는 좋아하니 그림 그리 듯한 글씨를 써보고 싶었다. 시간이 많은 시절인 임신기간 때 집 근처 도서관에서 배웠다. 비싼 취미생활인 꽃꽂이에 비하면 캘리그래피는 재료비 5만 원 정도로 시작한 알뜰한 취미생활이었다. 게다가 그때 산 종이와 붓, 멍석 같은 재료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1 대 1 수업을 계속 들었던 나는 단체수업을 적응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끝까지 나가지 않았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수업은 보통 연령대가 높아서 나만 겉돌았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수업 들으면 아마 나한테 적격일 텐데. 열 살 위의 언니들이랑도 친구 먹을 수 있는 짬밥이 생겼다. 캘리그래피는 공방 운영하면서 원 데이로 한 번 더 수업했었다. 한 수강생님께서 캘리그래피 작가셔서 공방에서 수강생들 대상으로 원 데이 클래스를 열어주셨었다. 그때는 붓이 아닌 붓 펜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까지 그린 엽서를 만들었었는데 너허무 즐거웠다. 그래서 집에 쿠레타케 브러시 펜을 사놨다. 크크크

 가장 기억 남은 취미생활 두 개를 써 내려갔는데 여기에 적지 않은 무수한 취미들도 있다. 나의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불쏘시개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되겠지. 아니면 새로운 불쏘시개들을 찾으며 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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