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주 마라톤을 신청했다. 달라진 점은 작년에는 5km에 출전했고 올해는 10km에 출전한다는 것이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가 마라톤 출전은 아니지만 달리다 보니 2년 연속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됐다.
나는 주로 혼자 달리기 때문에 타인과 에너지를 나눌 기회가 없다. 고비를 만나면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성취감도 매번 혼자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 5km 레이스 출전은 나에게 굉장한 달리기 시너지를 맛 보여줬다.
나도 달리고 옆 사람도 달리고. 힘드시죠? 저도 힘들답니다. 나와 함께 뛰는 사람들 모두 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같이 느끼고 있다는 안정감. 그들은 종착지를 향해 달리는 동지였다. 힘들어서 걷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곧 골인이에요.'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나를 앞질러가는 동지에게 감탄하며 내가 힘을 얻기도 했다. 이 긍정적인 효과는 나에게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달리게 해준다. 더군다나 작년보다 긴 코스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직 10km를 완주한 적은 없지만 남은 한 달 동안 연습하면 되니까 조바심 나진 않는다. 혹여나 완주하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괜찮다. 함께 달리며 받는 힘을 알고 있으니 어찌 됐건 완주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욕심내지 않는다면. 그리고 너무 힘들어서 못 뛸 거 같으면 걸으며 숨을 고르면 된다.
혼자 달리기를 하다 보면 러너들을 간혹 만나는데 대체로 그들은 나보다 빠르다. 항상 나를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한거 아냐. 알지? 느리더라도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해.'
마흔 가까이 살다 보니 느끼는 인생의 진리이다. 내 차를 급히 추월해 지나간 어제 출발했어야 했던 저 차도 결국엔 나와 신호대기하며 만나게 된다. 느리거나 빠르게 가더라도 돌고 돌아 언젠간 목적지에서 만난다. 인생의 진리지. 그러니 달리기도 급할 필요가 없다. 나만의 페이스로 끝까지 달리면 된다. 아무리 내가 작년에 6분대 페이스로 달렸다 해도 지금 내 체력이 7분대라면 급히 페이스를 올릴 필요 없다. 페이스를 올리려 무리해서 달리면 숨이 차 배가 아프고 결국 멈춰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앞서 빨리 달린 의미가 없어진다. 멈춰서 숨을 고르는 동안 결국의 내 페이스대로 돌아간다. 그냥 꾸준히 달리다 보면 다시 작년 페이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빨리 달리는 나보다 오늘도 운동복을 입고 러닝화를 신고 나가는 내가 더 자랑스럽다. 오늘은 저번주의 나보다 더 오래 달렸다. 이거면 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