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이 가장 긴 사람

by 온다


집으로 가는 길이

요즘 따라

조금 더

길어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사람들은 익숙하게 집 방향으로 걸어갔지만

나는

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냥

조금 더

어디에라도 머물고 싶었다.


떡볶이집 불빛이

저녁 공기에 번지고 있었고

김이 아주 천천히

위로 올라가다 사라지는 걸

한참 바라본 적도 있다.


그 자리에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서 있었다.


집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매번 무거웠다.


문이 가까워질수록

숨이 조금씩

얕아졌다.


몸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마음은

그 지점에서

잠시 멈춘 채

뒤에 남아버리는 느낌.


집 문 앞에 닿기 전

나는 늘

어딘가에 잠깐

숨을 놓아두었다가

돌아오곤 했다.


친구와

뜨거운 떡볶이를 나눠 먹던 시간도

그런 숨이었다.


말이 없어도 괜찮았고

밥을 먹는 동안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었다.


놀이터 그네에

살짝 기대어 앉아

하늘을 느리게 바라본 적도 있다.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이

나를 지나가는 속도 그대로

마음을 스쳤다.


그런 작은 자리들이

나에게는

잠깐

살아 있는 곳들이었다.


집보다

조금 더

나를 숨 쉬게 해주는 곳.


집이라는 공간은

이상하게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표정을 단단히 접고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아끼는 동안


나는

조금씩

'나'에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집으로 향하는 길이

가장 길었는지도 모르겠다.


단 한 번만이라도

집이라는 공간에서

아무 긴장 없이

앉아 있어 보고 싶었다.


숨을 끝까지 들이쉬고

끝까지 내쉬어도

아무 문제없는 자리.


그 마음 하나를 품은 채

나는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


걸음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마음은

그 길 위에서

잠시

나를 기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