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무표정은 안녕하신가요

세상이 나에게 불친절할 때 점검해야 하는 것들

by 루아

오랜 기간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들의 귀여운 심리가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엔 1월에 불만글이 한 건도 올라오지 않은 수치를 보고 사람들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에는 화내지 말아야지.', '올해는 다정하고 여유 있게 살아야지.'라는 다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다짐은 일상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출근길 급하게 간 편의점에서 직원이 굼뜬 손놀림으로 시간을 잡아먹을 때, 카페 직원이 쓸데없는 질문을 늘어놓아 피곤한데 주차 정산까지 한 번에 되지 않아 몇 번을 오가야 할 때.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마저 나를 향해 싸늘하고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일 때. 그럴 때면 우리는 세상 사는 것이 참 힘들다,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의문이 든다.

왜 세상 사람들이 나한테만 유독 불친절할까?

나름 모든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당신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세상이 당신에게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사실 당신이 무의식 중에 내보낸 신호에 대한 반사작용일 확률이 높다.

갑자기 하늘에서 억만금이 떨어져 세금을 내고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신을 짜증 나게 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의 불친절을 탓하는 대신,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통제해 남은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가 통제해야 할 것들은 대단한 정신수양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당신의 물리적인 태도이다. 무표정, 말투, 습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

심리학의 '메러비안의 법칙'에 따르면, 타인의 인상을 결정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말의 내용은 고작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는 시각적인 표정과 태도, 그리고 청각적인 말투가 결정한다.

나는 이 브런치북을 통해 압도적인 93%의 요소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이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기도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당신의 무표정은 안녕하십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얼굴은 어떤가. 혹시 미간을 찡그리거나, 입꼬리가 꾹 닫힌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 물론 타인과 거리를 두거나 불만을 표하려 의도적으로 지은 표정이라면 상관없다. 문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종업원이 유독 불친절하게 군다거나, 회사 동료가 나를 껄끄러워하고, 심지어 가족조차 날 선 반응을 보인다면? 억울해하기 전에 자신의 '디폴트 표정'부터 점검해 보길 권한다.

실제로 매장에서 겪은 일이다. 매번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단골손님이 있었다. 깊게 파인 미간 주름에 항상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응대하는 직원들 역시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그 고객이 자주 찾는 커스텀 음료를 기억해 미리 준비해 두고, 가벼운 스몰토크를 건네며 안면을 트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경계가 풀린 그의 본모습은 그렇게 선할 수가었다. 그의 무표정은 그저 삶의 피로가 남긴 굳은살이었을 뿐, 타인을 향한 악의가 아니었던 것이다.

​ 왜 사람들은 상대의 진짜 내면을 보지 못하고 표정만으로 날을 세울까? 뇌과학의 '거울 뉴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타인의 비언어적 표현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모방하고 동일한 감정을 느낀다.

즉,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거울이다. 상대방이 내게 짜증 섞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건 내 무표정이 먼저 상대의 거울 뉴런을 자극해 "나 지금 몹시 피곤하고 불쾌해"라는 경고 신호를 쏘아 올렸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나의 무표정은 어떻게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의식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길을 걷다 쇼윈도에 비친 내 얼굴을 의식적으로 확인해 보거나, 혼자만 보는 용도로 일상 브이로그를 찍어보라. 카메라를 켜두고 일에 집중하거나 멍하니 쉬는 모습을 촬영해 보는 것도 좋다.
​영상 속에서 낯설고 날 선 표정으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것이 세상이 바라보는 당신의 기본값이다.

나 또한 방송작가 시절 경험해 본 상황이다. 지하철 문 앞에 서서 퇴근하는 중 동작역을 지나는 중이었다. 아름다운 한강 풍경을 보다 갑자기 창밖에 까맣게 변했을 때의 비친 나의 얼굴은 충격적이었다. 입꼬리는 축 쳐지고 눈썹엔 힘이 들어가 인상이 써져 있었다. 누가 봐도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때 처음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다른 일을 구할 때의 기준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지가 되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나의 무표정이 변할까 싶어서. 이젠 어딜 가든 인상 좋다는 소리를 듣고 다닌다. 여러분들도 당장 미간의 힘을 풀고 입꼬리를 아주 살짝만 올려보자. 세상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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