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흔적을 지우고

다시 나를 비추기까지

by 루아

처음 물에 빠졌을 때 기억나?

서서히 차오르는 고통에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물에 빠진 순간 깨달았어.

이젠 되돌이키긴 늦은 만큼 잘못되어 버렸다는 걸.


처음엔 마냥 좋았던 것 같아

비치는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도 했어

네 테두리 안에서 보이는 내가

화가가 아주 공들여 그린 그림처럼

태초부터 그렇게 존재했던 이데아였던 것 같아.

완전한 본질, 원형적인 완벽함 뭐 그런 것들처럼.


하지만 언제부터 잘못되어 갔던 걸까 생각을 해보면

남을 비추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아.

네 프레임에 내가 아닌 남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남들은 더 조화로웠고 빨랐어.

완벽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 더 어울렸어.

그들에 비하면 난 괴상했고 기괴했고 느렸고 이상했어.

조화롭지 않았고 완벽하지 않았지.


그 충격은 꽤나 고통스러웠어.

네 프레임에 나만 있어도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어.

이젠 비추지 않는 남들은 기억 속에서 더 완벽해져 갔고

비친 나는 더 이상하게 보였어.

눈이 균형적인 위치에 달려있지 않았어.

너무 뚱뚱했고 내 코에는 곡선도 없었어.

일을 할 때는 내 시야는 너무 좁았고 처리 속도도 느렸어.

그냥 난 전형적이지 않았어.

남들이 같이 걸어가는 이상적인 도로에서 난 낙오되었지.


그래도 그때는 나도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믿었어.

노력하면 나도 완벽해질 수 있다고 믿었어.

되돌리기 힘들다고 느꼈던 순간은 맞아, 물에 빠져버렸을 때.


어느 순간 완벽을 위해 노력하던 나는 없고

물결에 구겨져버린 내가 있더라.

물속에 빠져 구부러진 물결로 보는 세상에서

남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어떻게든 꼬아보고 잡으려 하고 소리쳐 알리려 하고.

내가 완벽지 못하니 남도 완벽하지 않다고,

나만 못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


그렇게 못나져 가서 결국 물결의 흔적이 거울에 남았을 때, 나도 구부러져 보이는 거야.

더 이상 완벽했던 내가 없는 거야.


그래서 우선 지금 그 흔적을 지우려는데 쉽지가 않네.

돌이키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돌이키는 건 역시 쉽지 않아.

그래도 이제 물결의 흔적 아래에서 살기는 싫으니까.

열심히 지워볼게.

다시 나를 완벽하게 보던 나로 돌아가볼게.

우리 그렇게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