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 달, 새해를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선물
2024년 한 해의 끝과 새로운 해의 시작에 앞서, 아주 오랜만에 켜켜이 쌓여온 많은 일들이 12월 초에 정리되었다. 그간 쌓아왔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며칠 동안 몸살감기를 앓았다. 지난 2년 동안은 나에게 정말 힘든 시기였다. '살면서 나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내 감정과 생각을 외면한 채, 어느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던 순간...'
삶은 한순간의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것이 멀어지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그 안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내 마음이 무거워질수록 감정은 둔해지고, 일상의 소음에 묻혀 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곤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떠나보내고 2주간 연달아 장례를 치렀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던 '죽음'이란 단어, 이때가 내 삶의 터닝포인트를 결심한 순간이었다. 문득 나에게 물었다.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이 삶에서,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한다면 과연 후회 없을까?' 1초의 고민도 없이 마음 한편에 솔직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니, 이건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니야. 매일이 타인과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정작 내가 진정 원하는 나다운 모습은 잃어버린 채 살아왔잖아. 단 한 번뿐인 삶인데, 이렇게 숨 막히게 살다 가고 싶진 않아.'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 맞춘 삶을 내 안에서는 오랫동안 부정하고 싶었으나, 그동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내가 다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의 원하는 삶의 모습으로 나를 누르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안에 쌓인 수많은 왜곡된 필터를 벗겨나가고 감정을 정화하는 데에 고된 시간이 반복됐다.
삶의 방향성을 잃었다고 느끼던 시기에, 자연 속에서의 시간을 통해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 초록빛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걷고 바람 소리를 들으며 처음으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시간들은 마치 멈춰 있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어딘가로 향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이른 새벽, 두 시간째 이어진 명상 중에 특별한 순간이 찾아왔다. 늘 불안과 걱정으로 출렁이던 내 의식 속에 맑은 호수가 드러났다. 잔잔한 수면처럼 고요하고 투명한 상태. 한 점의 잡념도, 감정의 파도도 없이 오직 맑은 정적만이 가득했다.
평소의 내 마음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파도와 같았다면, 그때는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우유니 사막을 연상시키듯 고요한 호수 같았다. 이런 평화로운 상태가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안 순간이었다.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파도 아래에, 이토록 고요한 공간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순간의 첫 평온함은 지금도 내 안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를 돌아보는 일이 더 깊어졌다.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것은 무엇이든 찾아서 배워가며 연구했다.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반대로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지 하나하나 깨닫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기준을 강요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나의 많은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작은 선택에서도 나 자신을 존중하려고 한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 예전에는 나를 위한 선택이 이기적으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할수록 주변 관계도 변하기 시작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경계를 세우는 법을 배웠다. 무언가를 도와주고 싶을 때, 내 에너지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예전에는 상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해야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주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지킬수록 상대방도 나를 존중하게 되고,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한때 나는 공감 능력이 높고 사랑이 많은 자신을 미워했던 적이 있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느끼고 싶지 않은 그런 세세한 감정들마저 나에게 스며들듯 느껴지는 것들이 나를 감정적으로 피곤하고 또 괴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이지만,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단단한 중심이 세워지고 나니, 불안과 긴장 대신 평온함과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사랑을 나누는 데서도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감정이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불안함이 밀려올 때, 우리는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럴 때, 나는 일상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짧은 명상과 감사일기를 쓰는 방법을 사용했다.
매일 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감사했던 세 가지를 적었다. 감사한 순간은 특별한 것보다 일상에서 소소한 '좋아하는 친구와의 전화 통화', '오후에 창 밖에서 들어온 따스한 햇빛', '나를 위한 맛있는 밥 한 끼'가 감사의 대상이었다.
이렇듯, 나를 위해 걷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 나만의 속도로 삶을 걸어가는 일. 그렇게 쌓인 작은 순간들이 나를 치유했고,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쌓이면서 하루하루가 특별해지기 시작했다. 작은 루틴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내 삶에 평온함과 조화가 스며들듯 자리 잡았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안다.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고, 그것이 내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삶은 여전히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내 안에 이미 내가 기댈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교, 수치심, 분노와 같은 감정들 모두 삶이 나의 중심이 아닌, 타인이 중심이 된 세상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타자화된 중심이 나에게로 바뀔 때, 우리는 비로소 위 세 가지 압박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다. 나를 바로 알고 완벽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게 된다면, 타인이 가진 삶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질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안에도 충분한 보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의 경계를 잘 알면 관계에서도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유지해 나아갈 수 있으며, 경계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나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요즘 우리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많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고, 그 속에서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라 믿는다. 혼란은 분명 불편하고 답답한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결국 우리가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혼란은 우리가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의 중요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위기는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일깨우기 위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