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삶의 온도를 조절하는 법

소울 푸드, 위로가 아닌 '복귀'에 대하여

by Ondo fiftytwo

누구에게나 '소울 푸드(Soul Food)' 하나쯤은 있다.

지치고 허기진 날 생각나는 음식,

특정한 날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존재.


나에게 커피는

소울 푸드를 넘어,

나의 '소울 메이트(Soul Mate)'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온도로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고,

체력은 소진되고, 일과 관계,

예기치 못한 환경의 변화가

나를 끊임없이 다른 상태로 밀어낸다.

이런 삶에서 늘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건,

오히려 스스로에게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파도가 치는데 물결이 일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래서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돌아보면 10대, 20대의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한 번 넘어지면 끝장이라도 날 것처럼,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버티는 게 최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버티면 버틸수록 부러지기 쉽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잘 넘어지는 법'을 연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일어나는 법'에 집중한다.

훌훌 털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는 탄성,

그것이 나를 지키는 진짜 힘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온도를 지킨다는 것,

그리고 그 온도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나를 지키는 일과 닮아 있다.


우리가 땀 흘려 운동을 하는 이유도,

어떤 공간이나 낯선 지역으로 훌쩍 떠나는 이유도

어쩌면 모두 같다.


지금의 나를 더 채찍질하고

밀어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열되거나 식어버린 마음을

다시 감당 가능한 상태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소울 푸드는 위로라기보다

'복귀(復歸)'에 가까운게 아닐까.

기분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자극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제자리로 데려오는 감각.


그래서 나는 커피를 찾는다.

기분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덤덤한 날에도.

커피는 나를 흥분시키지도,

무기력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온도를 가만히 살펴보고

조금 식히거나, 조금 데워서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자리로

조용히 되돌려놓는다.


넘어지지 않는 삶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잘 일어나게 해주는 한 잔의 커피가 있다면,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삶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나의 다정한 소울 메이트가,

오늘도 내 곁에서 조용히 향기를 피어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