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계절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
나는 겨울이 싫다.
정확히 말하면 '추위'에 젬병이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 바람,
잔뜩 움츠러든 어깨,
겹겹이 껴입어도 가시지 않는 한기.
그래서 나는 차라리 땀이 흐르는
여름을 택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일 년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나는 순간은
바로 이 지독한 겨울의 한복판이다.
그것도 따뜻한 실내가 아닌,
입김이 호호 나오는 '겨울 길바닥' 위에서다.
패딩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종종걸음을 치다가 받아 든 테이크아웃 컵 하나.
그 뜨거운 컵을 감싸 쥘 때 전해지는 짜릿한 온기.
그것은 단순한 따뜻함이 아니다.
얼어붙은 감각을 일깨우는 '구원'에 가깝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코끝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커피 향은 또 어떤가.
여름의 습기나 봄의 꽃내음에 방해받지 않는,
건조하고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만 느껴지는
가장 순수하고 선명한 향기다.
후- 하고 불면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조심스레 한 모금을 넘긴다.
차가운 볼과 코끝에는 칼바람이 스치는데,
목구멍 안으로는 뜨겁고 묵직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그 차가움과 뜨거움의 극명한 대비.
마치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어도
내 안의 온기만은 지켜내겠다는 듯,
겨울 커피는 유독 비장하고 깊은 맛을 낸다.
이때 마시는 커피는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다.
한 모금, 한 모금이 사라질 때마다
컵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게 서운하다.
식어가는 온도가 야속해 자꾸만 홀짝이게 된다.
봄이나 가을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겨울만의 애틋함이다.
어쩌면 행복의 맛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늘 따뜻하고 평온한 날들 속에서는
그 온기가 얼마나 귀한지 잊고 산다.
시련이라는 추위가 닥치고,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 계절을 만날 때야 비로소
내 손에 들린 작은 위로가 얼마나 뜨거운지,
이 평범한 한 모금이 얼마나 달콤한지
사무치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In the depth of winter,
I finally learned that within me
there lay an invincible summer."
(한겨울의 한복판에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굴복하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알베르 카뮈)
나는 여전히 추위가 싫지만,
내일도 기어이 코트 깃을 세우고
거리로 나설 것이다.
이 차가운 계절이 빚어낸
가장 완벽한 한 모금을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