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6년, 첫 서브는 강력하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by Ondo fiftytwo


2026년 1월 1일.

새로운 해의 호각 소리가 울렸다.

달력이 넘어가고,

우리는 다시 인생이라는

코트의 서비스 라인(Service Line) 위에 섰다.

손에 쥔 공의 무게가 묵직하다.


새해라는 시작점은 언제나 설레지만, 동시에 두렵다.

올해는 또 어떤 공격이 넘어올지,

내 서브가 네트에 걸리지는 않을지,

라인 밖으로 벗어나지는 않을지.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하이큐>의 장면이 떠오른다.

시합의 결정적인 순간,

서브를 넣어야 하는 선수의 눈빛이 흔들린다.

실수하면 점수를 뺏긴다는 공포,

팀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

그 무거운 공기 속에서 그는

결국 '안전한 서브'를 선택한다.

네트에 걸리지 않게,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게,

그저 상대 코트로 조심스럽게 공을 넘기는 것.

"일단 넘기기만 하자."


결과는 어땠을까?

그 어정쩡하고 착한 공은

상대 팀에게 가장 치기 좋은 '찬스 볼'이 되었다.

상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력한 스파이크를 내리꽂았고,

점수는 허무하게 넘어갔다.


그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지난날의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길을 택하고,

튀지 않는 목표를 세우고,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마음을 주었던 날들.

그렇게 하면 최소한 '실책'은

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찬스 볼'로 넘겨주었던가.

하지만 항상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안전한 서브를 넣는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운명을

상대방의 손에 쥐어주는 꼴이 된다.

주도권 없이 끌려다니다가

결국엔 패배하는 게임.

그것은 과감하게 도전하다가 당하는 패배보다

훨씬 더 뼈아프고, 무엇보다 '후회'가 남는다.


"공격적이든 아니든, 열심히 하든 아니든,

도전하든 안 하든 우리는 실패할 수 있다."


짐 캐리(Jim Carrey)는 말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실패하는 쪽을 택하는 게 낫지 않은가?"


어차피 인생에

‘100% 안전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도 불행은 찾아오고,

몸을 사리며 안전하게만 살아도 후회는 남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네트에 걸릴지언정

팔이 빠져라 휘둘러보는 게 낫지 않을까?


도전하다가 겪는 실패는 쓰라리지만,

적어도 '감각'은 남는다.

내 손끝에 닿았던 공의 무게,

전력으로 뛰어오를 때의 심장 박동,

한계를 넘어보려 했던 뜨거운 의지.

그 감각들은 내 몸에 근육처럼 남아,

다음번에는 더 강한 서브를 넣을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도망쳐서 얻은 안전함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저 "그때 한번 질러볼걸" 하는

눅눅한 미련만 곰팡이처럼 피어오를 뿐.


그래서 나는 2026년의 첫 다짐을 이렇게 적는다.

"올해는 안전한 서브를 넣지 않겠다."

내 인생의 코트 위에서,

다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넘기지 않겠다.

아웃이 되더라도, 네트에 처박히더라도,

나는 나의 풀 스윙으로 서브를 넣겠다.


실패는 언제나 두렵다.

하지만 나는 그 실패조차

내가 선택한 것이기를 바란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이 아니라,

내가 부딪혀서 깨진 그 자리가,

차라리 나의 낙원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