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매일 배운다

아이를 통해 나를 본다

by 온도담

잠들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그 시간은 이상하게도 고요하다.
밖에서는 늘 누군가의 표정과 말투를 먼저 읽었는데,
집에 돌아오면 나는 아이의 숨소리를 먼저 듣는다.
그리고 그제야
나를 본다.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눈치가 빠르고, 분위기를 잘 읽고,
갈등이 생기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사람.


그걸 오랫동안 ‘배려’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건 배려라기보다 통제에 가까웠다는 걸.
상황을 예측하고,
사람의 감정을 먼저 감지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조정하려고 했던 마음.


그건 사실
불안에서 비롯된 생존 방식이었다.


아이는 게임을 하다가도
자기에게 한 말이 아닌데
“나한테 한 거야?”라고 묻는다.


누군가 조금만 목소리가 높아져도
자기 때문은 아닌지 먼저 확인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이의 기질을 걱정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건 내 모습이었다.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나를 의심하던 습관.


혹시 내가 잘못했나.
혹시 내가 부족했나.


아이는 나를 닮았다기보다
내가 지나온 길을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요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상황이 생기면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번 멈춘다.
그리고 묻는다.


이게 정말 내 문제일까.
내가 지금 개입해야 할까.
남보다 내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작은 ‘멈춤’이 생긴 뒤로
신경은 덜 과열되고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그 여유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가장 또렷해진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이를 통해 나를 다시 배우고 있다.


아이의 불안을 보며
내 불안을 이해하고,
아이의 오해를 풀어주며
내가 오래 붙들고 있던 오해를 내려놓는다.


“그게 꼭 네 책임은 아닐 수도 있어.”
이 말을 아이에게 해주면서
나는 나에게도 같은 말을 건넨다.


엄마라는 역할은
누군가를 완성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눈을 통해
나는 나의 기질을 이해하고,
나의 과거를 다시 해석하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이와 보내는 그 사이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자란다.


아이를 통해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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