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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al Song Sep 18. 2015

Oneal의 클래식 정복기 #12

찬란-아저씨의 그 시절

항상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요, 젊은 날, 20,30대 시절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요, 거룩한 예술가들의 계보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었지요, 찬란, 그 찬란한 시절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지요.
그냥 그런 사람,  아무것도 아니에요, 절망도 자책도 자기비하도 아니에요.

클래식을 탐하는 것은 그 찬란한 예술가들에 동경, 더는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마지막 인사지요. 클래식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연대기, 그 연대기를 천천히 따라 읽는 거예요, 나는 더는 안되니까요, 한때라도 그런 것을 동경했다니 비웃음 당할 일이지요.

하지만 그 동경 마저 없었다면 내 20,30대는 어떤 찬란함도 없이 뭉텅이로 썩어 내렸을지도 모르죠


이제 뒤돌아 보려 해도 볼 수가 없는  그때,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미련한 것이 없는 그 시절에 대한 회상, 미친 짓 이죠.  그때를 뒤  돌아볼 수많은 이유들이 살면서 생기지요.

김광석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을 뒤돌아 보지요, 그런 이유들, 좋은 핑계지요.


신해철의 '재즈카페'에 열광하던 시절,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불며 울던 시절, 덜컹 군대에 가버린 94년.  다시는 내 인생에서 돌아보고 싶지 않던 94년, 억지로 입혀진 푸른 제복의 시절.


'presentaion 1994'라는 음반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수에게 수급받은 시디들이 책상에 쌓여 있었습니다. 사무실도 이제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나는 봄을 지나며 나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었습니다.


"넌 불가해한 욕망을 원한다

넌 이미 흐트러졌고

넌 이미  쓸모없고 가치 없는 존재다

너는  더러운 욕망과 쓰레기 같은 침전물만 담고 있는 덩어리다.

그게 사실이냐, 너 별거 아닌 사람 이야, 알잖아?"


나의 일기는 나를 힐난했고 나는 그렇게 뒤뚱거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별일 아니었습니다. 별일 없이 살았습니다. 그냥 다시 일에 빠져 보기로 했습니다. 바빠지는 사무실, 영화제를 향해 달리기 시작, 잠시 자아는 지우고, 새 자아, 직장인의 자아를 꺼내 '용맹정진'해야 할 때 그리고 무심히 이 씨디를 들었습니다.

1994를 2014로 착각한 듯 무던히 듣다가 한 곡, 한 곡 빠져들었습니다. 그리도 다시 알게 되었지요 


"prezentatioN 1994" 


1994년에 명 공연들을 모아놓은 앨범, 1994년, 내 찬란한 20대의 그 시절,  그때의 명 공연들.


이 음반에 나오는 위대한 예술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MIKHALL GLINKA (러시아 작곡가인 듯 잘 모름) GIUSEPPE VERDI (오페라 다수, 제가 관심 많지요) BEETHOVEN (이 음반에는 교향곡 3번 '에로이카'가 있음) 등 등.


이 앨범은 컨피레이션 앨범입니다.  그동안 내가 들었던 음반은 대부분 하나의 작곡가와 하나의 연주자로  구성된 것에 비해 이 음반의 여러 명의 작곡가와 여러 명의 연주자로 모둠  구성되어있습니다.

이런 유의 앨범은 뷔페의 느낌. 뷔페의 모든 음식이 다 맛있기는 어렵지만, 운이 좋았나 봅니다. 이 뷔페는 고급 진 1급 가게입니다. 


살다 보면 이런 사소한 것도 즐겁고 행복한가 봅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행복한 날 위해 오늘은 이 음반을 듣습니다.  


참고로 전 94년 1월  입대했습니다. 30사단 항공대 운전병, 그 해 8월 내 첫사랑은 떠났습니다. 


*찬란 -이병률 시집 제목


ERIC WOLFGANG KORNGOLD, CONCERT FOR VIOLIN AND ORCHESTRA IN D MAJOR, 2ND MOVEMENT:ROMANCE, LONDON SYMPONY ORCHSTRA , PRESENTAION 1994.


https://www.youtube.com/watch?v=LO3zOZUqX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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