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등잔 밑
평소엔 금요일이라고 뭐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젠 정말 오랜만에 '불타는 금요일'을 외치며 친구들과 왁자지껄 즐거운 술자리를 가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니 막걸리를 얼마나 마셨는지 몸에선 후끈후끈 열이 나고 눈은 슬슬 감겨, 먼저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꼭 막걸리 먹고 술에 취하면 숨을 깊게 쉬곤 하는데,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거칠게 숨을 쉬던 중 갑자기 코를 확 찌르는 향수 냄새를 들이켰다.
순간 불쾌할 정도로 코를 찌른 향은 잊을만하면 찌르고, 가다 보면 또 찔러서 취한 마음에 근원지라 여겨지는 옆에 앉은 여자분을 때마다 째려봤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예쁘다'라는 말도 있듯이 평소 향기야말로 대놓고 선명한 것보단 은근히 느껴지는 게 훨씬 매력적인 거라 생각하는데, 내릴 때도 마치 향기가 따라 내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 '이건 너무 심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음?
"아 맞다. 아까 정민이가 향수 선물 받았다며 내 손목에 엄청 뿌렸었구나!"
째려봐서 미안해요 아깐 기억이 안 났어요. 제가 제 손목을 코앞에 두고 괜한 분을 오해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