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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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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Aug 09. 2015

푸미야 잘있니?

원데이워크샵 - Draw my book

서촌에 있는 작은 서점을 둘러보다 알게 된 원 데이 워크샵  "드로우 마이 북 "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드로잉 책으로 엮어보는 수업인데, 종이 한 장을 접어서 책으로 만든다는 것에 관심이 가 신청을 했지 무슨 이야기를 쓰게 될지는 신경도 안 썼던 것 같다.

뭐라도 그리겠지

그 '뭐라도'가 수업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할 줄은 연필 하나 들고 쫄래쫄래 가는 동안에도, 그렇게 알고 싶던 종이접기를 반듯하게 꾹꾹 눌러 접으면서도 몰랐다.


'휴대폰 앨범 사진들이 자신이 평소에 관심 가지고 있는 것들을 대변해주는 것이니 사진들을 한번 살펴보라'는 얘기에 사진첩을 열었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건 요즘 사무실 개구쟁이 주루.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우리 집 푸미.
내가 못되게 굴었던 것만 기억나는 우리 집 강아지.
15년을 어리광 부리던 우리 아기.

그래 푸미를 그리자.


짧은 수업시간 동안 정해진 6면 안에 마음을 온전히 다 담을 순 없었지만 요즘 자주 스쳐가던 생각을 담담하게 남겨 간직할 수 있게 되니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이 지났지만 늘 같이 지내던 누나는 아직도 푸미 얘기를 꺼내면 슬퍼해서 난 평소 연상될만한 얘기도 꺼내지 않았는데 이번엔 대놓고 푸미 얘기를 꺼내게 되어버렸다. 서툴고 지저분하지만 생에 처음 만들어본 책을 누나에게 주고 싶다.


마지막에 가족들이 한마디씩 편지를 적어줄 때 아버지께서 '다음 생에는 예쁜 나비로 태어나렴'이라고 적으셨던 한 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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