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앗을 위한 인스타인지 파악하기
일러스트를 올리는 용도로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항상 했던 고민이 있다.
그래도 그림을 올리는 계정인데
피드가 예뻐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나는 이 고민으로 인해 예전 피드를 다 숨겨보기도 하고, 톤 앤 매너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피드들을 삭제해보기도 했다. 일부러 톤 앤 매너를 맞추려고 작품 올리는 속도가 굉장히 더뎌진 적도 있다. 아직 이 고민에 명쾌한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일러스트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림을 올리면서 느낀 점은 '일단 하고 보자!'이다.
1. 작업과정 공유하기
얼마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간단한 설문을 했다. '피드에 작업과정을 올리는 것이 좋다 VS 별로다'에 대한 설문이었다.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90%였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나 싶었다. 그간 작업과정을 아예 올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이미 작업과정을 공유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의 팔로워들에게 무언가 확인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질문에 응답해 준 분들의 90%가 작업과정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하니, 앞으로 맘 놓고 올려야겠다.
2. 작품을 올리면서 내 이야기도 함께 하기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럽다. 내가 글을 쓸 때에도 수필보다는 소설이나 시를 좋아했던 이유는 나의 이야기나 솔직한 생각이나 마음을 작품 속 캐릭터의 생각에 투영해 표현할 수 있어서였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내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요소들로 비유하여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보다 솔직한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나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도 되어서 SNS가 좋았는데, 이제는 SNS에서도 나를 드러내지 않고서는 안 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무료자료 공유하기
팔로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무작정 모바일 배경화면 공유를 시작했다. 앞으로 1년간 매달 내가 직접 제작한 배경화면을 공유하려고 한다. 동시에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그 자료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4. 한 달에 한 번 무물보 시간 갖기
많은 작가들이 무물보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부러웠다. 나는 한 번도 무물보를 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나에게 궁금한 게 있을까?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말하는 연예인들이 이런 심정일까? 무반응이 더 싫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소개 콘텐츠를 만들어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무물보’를 올렸다. 올리고 나서도 반응이 미적지근할까 봐 걱정이 진짜 많았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나의 팔로워들과 좀 더 친근해진 느낌이 확실히 든다!
이제는 용기 내서 한 달에 한 번 무물보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것을 내 그림과 인스타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5. 릴스! 애증의 릴스!
지금은 단순히 작업과정만 적당히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 하지만 뭔가 더 재미있는 것을 올리고 싶다. '편안함'이라는 나의 톤 앤 매너를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을까?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그림,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릴스로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실 몇 가지 생각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나의 톤 앤 매너에 녹여야 할지 모르겠다.
몇 개월 후에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이때의 나의 고민이 헛되지 않았었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2년 여름부터 인스타그램을 거의 손 놓고 지난 탓에 팔로워도 많이 줄고, 좋아요, 댓글도 현저히 준 상태다. 하지만 오늘부터 반년이 지난 2023년 겨울에는 어마어마한 팔로워를 가진 계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어쨌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