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에 대하여
오후의 취향
책장 넘기는 소리로 채워지는 시간
그런 시간이 흐르는 어느 오후
나는 호퍼를 좋아한다. 호퍼를 처음 알게 된 건 스무 살 때였다. 소설 창작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호퍼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뉴욕의 방>이라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보고 스토리를 짜오는 것이 과제였다. 그때 내가 어떤 스토리를 만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후로 호퍼의 그림에 더 관심이 가고, 흥미가 갔던 것은 선명히 기억이 난다.
나는 이상을 좋아한다. 이상의 시, 수필, 동화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 <오감도>를 이상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이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어서가 아니다. 내가 이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나는 정호승을 좋아한다. <수선화에게>라는 시는 내가 열여섯 살 무렵부터 외우고 있을 정도다. 정호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교과서였지만 정호승의 시를 좋아하게 된 것은 드라마 때문이었다. 드라마에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의 구절이 여자 주인공의 독백으로 흘러나왔고, 나는 그 시를 듣자마자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이 그 시에 매료되었다. 아직도 그 시를 줄줄 외우고 있다면, 내 말을 믿어줄까?
나는 유선 이어폰을 좋아한다. 블루투스는 매번 충전하기 번거로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블루투스 이어폰을 이용해 보려고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번번이 나는 다시 유선 이어폰을 찾았고, 이제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편한 게 좋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누군가랑 같이 있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서 전시회를 가기도 하고, 혼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혼자서 대학로 연극을 보기도 한다. 가끔은 버스에 혼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가로수나 전봇대를 세어보거나, 지나가는 자동차의 번호판 숫자를 더해보거나, 간판의 글자를 읽어보기도 한다. 그저 그런 시간이 좋다.
짧은 단상 <오후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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