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이 없는 게 낫다
고추장도 간장도 빠졌는데, 맛은 오히려 더 풍부하다.
한입 먹으면 바삭하면서도 달콤고소하게 입안을 감싸는 멸치볶음. 자극적인 반찬 대신 부드럽고 촉촉한 버전이 필요할 때 딱이다.
원래부터 멸치와 궁합이 좋은 마요네즈가 모든 걸 해결한다. 처음엔 의아하지만, 완성된 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멸치와 새우를 하나하나 코팅하듯 감싸주며 부드러운 감칠맛을 올려준다. 짠맛을 줄이고 풍미를 살리는 방식이다.
시작은 불이 아니다. 팬에 멸치와 건새우, 식용유를 넣고 먼저 잘 섞어주는 것부터다. 이 과정을 거쳐야 기름이 재료 전체에 고르게 퍼진다. 이렇게 하면 볶을 때 타지 않고 바삭하게 익는다.
중불로 올려 고소한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는다. 재료들이 서로 달라붙지 않고 하나하나 분리된 채 바삭하게 익는 게 이상적이다. 이때 견과류를 추가하면 더 고소한 풍미를 살릴 수 있다.
볶음이 끝나면 불을 끄고 바로 마요네즈와 설탕을 넣는다. 잔열을 이용해 천천히 버무리듯 섞자. 불 위에서 조리하면 마요네즈가 분리될 수 있으니 꼭 불을 끄고 넣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갈하다. 간장이 빠졌다고 심심하지 않고, 오히려 깔끔한 단맛과 고소한 맛이 앞선다. 특히 멸치와 새우의 기본 간이 있어서 별다른 양념 없이도 완성도가 높다.
올리고당은 마지막에 넣는다. 윤기를 더해주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이다. 이때 파를 조금 넣으면 향이 살아나고, 청양고추는 매운맛 포인트를 더해준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면 끝이다. 기름에 버무려져 바삭하면서도 눅눅해지지 않고, 식어도 덩어리 지지 않는다. 도시락 반찬이나 냉장고 속 반찬으로도 오래 보관 가능하다.
이 레시피의 핵심은 하나다. 멸치볶음의 자극을 줄이는 대신 식감과 풍미를 섬세하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특히 간장을 생략하면서 생긴 여백을 마요네즈가 고르게 채워준다.
맵지 않고, 짜지도 않으면서도 묘하게 자꾸 손이 간다.
멸치를 싫어하던 아이들도, 반찬의 소중함을 아는 어른도 좋아할 맛, 한 번 만들면 자주 찾게 되는 멸치볶음이다. 평범한 반찬이 조금 더 특별해지는 순간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