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감자전 레시피
강판에 감자를 갈다 보면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간다. 손끝으로 감자의 고운 질감이 느껴지고, 금세 뽀얀 감자물이 생긴다. 이 조용한 준비 과정이 감자전의 고소한 향을 미리 들려주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간단한 감자전이지만, 진짜 맛있게 만들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믹서기를 쓰지 않고 강판으로 갈기, 앙금 활용, 미나리 소량 첨가, 그리고 굽는 기술. 그 작은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감자 세 개와 양파 반 개를 강판에 갈자. 감자는 결대로 갈고, 양파는 감자의 단맛을 돋우고 색이 변하지 않게 도와준다. 강판을 쓸 땐 장갑을 끼는 게 좋다. 다 갈고 나면 체에 담아 물기를 충분히 짠다.
짜낸 물은 그냥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두자. 이 물은 잠시 후 핵심 재료가 된다. 그동안 미나리 다섯 줄기를 씻어 송송 썰어둔다. 너무 많이 넣으면 감자의 고소함이 묻히니 소량만 쓰는 것이 좋다.
감자물이 가라앉아 생긴 하얀 앙금은 절대 버리지 말자. 감자전의 쫀득함을 담당하는 주인공이다. 맑은 윗물만 따라버리고, 남은 앙금에 갈은 감자, 양파, 미나리, 소금 한 꼬집을 넣는다.
여기에 감자 전분 한 숟가락을 더하면 반죽이 더 탄탄해진다. 미나리에서 나오는 수분을 잡아주고, 부칠 때 덜 부서지게 도와준다. 반죽은 숟가락으로 들었을 때 부드럽게 흘러내릴 정도면 적당하다.
팬은 아주 뜨겁게 달구자. 반죽이 들러붙지 않게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얇게 펴서 올린다. 이때 주걱으로 반죽 중간중간에 구멍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작은 구멍들이 안쪽까지 기름을 스며들게 하며 바삭함을 완성한다.
처음 한쪽이 익으면 조심스럽게 뒤집는다. 너무 빠르게 뒤집으면 부서질 수 있으니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반대쪽도 노릇하게 익히며, 한 번 더 구멍을 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 부친 감자전은 키친타월 위에 올려 기름을 빼자. 바삭한 결이 살아 있는 채로 그대로 식탁에 옮기면 된다. 간장과 식초를 살짝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이 가장 깔끔하다.
막걸리 한 잔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감자전에 향긋한 미나리가 더해지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저녁 한 끼가 근사하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