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서기는 사용하지 마세요

똑똑한 감자전 레시피

by 하루의 한 접시

강판에 감자를 갈다 보면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간다. 손끝으로 감자의 고운 질감이 느껴지고, 금세 뽀얀 감자물이 생긴다. 이 조용한 준비 과정이 감자전의 고소한 향을 미리 들려주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간단한 감자전이지만, 진짜 맛있게 만들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믹서기를 쓰지 않고 강판으로 갈기, 앙금 활용, 미나리 소량 첨가, 그리고 굽는 기술. 그 작은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potato-pancake-1.jpg 감자를 강판에 가는 모습 / 푸드월드

감자 세 개와 양파 반 개를 강판에 갈자. 감자는 결대로 갈고, 양파는 감자의 단맛을 돋우고 색이 변하지 않게 도와준다. 강판을 쓸 땐 장갑을 끼는 게 좋다. 다 갈고 나면 체에 담아 물기를 충분히 짠다.

potato-pancake-5.jpg 미나리를 작게 썰어둔 모습 / 푸드월드

짜낸 물은 그냥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두자. 이 물은 잠시 후 핵심 재료가 된다. 그동안 미나리 다섯 줄기를 씻어 송송 썰어둔다. 너무 많이 넣으면 감자의 고소함이 묻히니 소량만 쓰는 것이 좋다.



potato-pancake-2.jpg 하얀 감자 앙금 / 푸드월드

감자물이 가라앉아 생긴 하얀 앙금은 절대 버리지 말자. 감자전의 쫀득함을 담당하는 주인공이다. 맑은 윗물만 따라버리고, 남은 앙금에 갈은 감자, 양파, 미나리, 소금 한 꼬집을 넣는다.


여기에 감자 전분 한 숟가락을 더하면 반죽이 더 탄탄해진다. 미나리에서 나오는 수분을 잡아주고, 부칠 때 덜 부서지게 도와준다. 반죽은 숟가락으로 들었을 때 부드럽게 흘러내릴 정도면 적당하다.



potato-pancake-3.jpg 감자전을 굽는 모습 / 푸드월드

팬은 아주 뜨겁게 달구자. 반죽이 들러붙지 않게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얇게 펴서 올린다. 이때 주걱으로 반죽 중간중간에 구멍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작은 구멍들이 안쪽까지 기름을 스며들게 하며 바삭함을 완성한다.


처음 한쪽이 익으면 조심스럽게 뒤집는다. 너무 빠르게 뒤집으면 부서질 수 있으니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반대쪽도 노릇하게 익히며, 한 번 더 구멍을 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 부친 감자전은 키친타월 위에 올려 기름을 빼자. 바삭한 결이 살아 있는 채로 그대로 식탁에 옮기면 된다. 간장과 식초를 살짝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이 가장 깔끔하다.


막걸리 한 잔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감자전에 향긋한 미나리가 더해지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저녁 한 끼가 근사하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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