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일일영감의 잡담
오늘 일일영감의 잡담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90년대 미국에서 큰 충격으로 기억되는 살인사건을 바탕으로한 영화 <폭스캐처>. 개봉 당시 주조연 모든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는데요. 영화를 관람한 후라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폭스캐처 (2015, 베넷 밀러)
영화 ‘폭스캐처'에는 전체적으로 열등감 혹은 컴플렉스의 공기가 만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후반부에 '해소'나 '극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폭스캐쳐'는 상승의 이야기가 아닌 하강의 이야기이라는 점에 있다. 데이브와 마크 따낸 올림픽 금메달은 그 이전의 이야기이고 영화는 그것을 '과거의 일'로 선을 긋고 시작된다.
극 중 '존 듀폰'은 돈많고 못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돈 많고 못난 사람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그 근간엔 어머니에 대한 컴플렉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나보다 나은 사람이 아닌 날 낳은 사람에 대한 컴플렉스는 쉽게 해소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의 열등감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영화 전반을 뒤덮고 있던 열등감의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진다.
마크 또한 형을 잃는다. 항상 툭 튀어나온 그의 턱처럼, 불만의 근원이었던 형의 죽음은 그가 존 듀폰과 같은 처지에 놓인 것 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 또한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가? 그 답에 있어서, 영화는 이후의 이야기를 비워 둔 채 관객들의 개별적인 생각에 맡긴다.
영화 '폭스 캐처'는 컴플렉스의 과정과 그 결과를 보여준다.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내내 건조하고 관조적인 느낌이 강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함'이라는 문장이 찝찝하기도, 조금 밉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_ 최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