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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일영감 Jun 30. 2016

그 남자가 자살한 이유

#78 일일영감의 잡담, 영화 <도깨비불>



지난 일일영감의 잡담에서 영화 <녹색광선>을 통해 프랑스의 누벨바그 작품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오늘은 누벨바그의 또 다른 대표작가 ‘루이 말’의 <도깨비 불/The Fire Within>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전후 프랑스 불안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드리외 라 로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어디 하나 모자란 곳 없는 주인공 ‘알랭’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항상 ‘자살’에 대해 되뇌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깨비불/ The Fire Within (1963, Louis Malle)


내가 자살한 이유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서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고
우리 사이의 끈이 너무 약해서야
그 끈을 단단히 하기 위해 죽는거야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당신을 떠나


카메라는 수시로 알랭의 얼굴에 근접하게 다가간다. 그 표정에는 초조함과 우울함 같은 무기력한 기운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아도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알랭은 정신적인 치료를 병행하며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삶에 대한 의지를 오히려 반증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겨눌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동에 전혀 신빙성이 없는 이유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영화의 결말부에 도달하기 직전까지도 전혀 신빙성을 얻지 못하는 작은 소동처럼 인식되다가 마침내 진심에 도달한다. 그것은 알랭의 살아보려는 시도, 그러니까 절주하고 사람들과 서로 사랑하면서 어울리려는 노력이 이야기 내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진전을 보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알랭은 그가 죽음에 이르지 못하도록 막을 작은 방해라도 있었다면 방아쇠에서 손을 뗐을 것이다. 알랭은, 아마도 뉴욕에 두고 온 부인이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유도 모른 채 아주 조금씩 죽어갔다.




You need a woman who won't let you out of her sight.
Otherwise you get depressed and act foolishly.



글_ 정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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