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삐약-
병아리를 보면
늘 함께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하굣길에 학교 정문 앞에서 종종 보이던 상자 속에 담긴 병아리들과
그 병아리들을 데려다 키우고 싶어 상자 앞에 삼삼오오 웅크리고 모여 앉아
병아리를 쓰다듬던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그 친구들 중에
몇몇은 부모님의 반대로 학교 앞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몇몇은 작은 상자로 옮겨 담고서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행복한 얼굴을 하고
병아리와 함께 집으로 향했었던 기억도 나고..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나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향했던 친구들이
슬픔에 쌓여 힘없는 얼굴을 하고 교실로 들어옵니다
그러고는.. 우리 집 삐약이가 어제 죽어서 슬프다며
종일 축 쳐진 어깨를 하고 수업을 듣던 기억과
한 달여가 지나서
한껏 자란 병아리를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들어 오던 친구의 모습..
그리고 다른 병아리들처럼 서둘러 떠나버리지 않은
그 존재 자체가 신기하게 여겨지면서
그 병아리를 키워낸 친구의 모습까지 우러러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으레..
꿈이라는.. 이름의 병아리들을
목표라는.. 작은 상자들로 옮겨 담습니다
여느 해와 같이.. 올 해는 꼭 잘 키워내리라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여느 해와 같이.. 12월까지 잘 크고 있는 병아리는 얼마 되지가 않습니다
학교 앞 병아리들은 허약해서 그랬다는 핑계를 댈 수라도 있겠지만
우리가 옮겨 담은 꿈들이 허약했다 핑계를 대기에는..
우리네 꿈들의 시작은 참 활기차고 밝습니다
결국.. 우리의 의지나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이겠지요
다시 새해가 오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17년 새해는 붉은 닭의 해인만큼
한 해를 시작하며..
새뜻 새마음으로 옮겨 담을 꿈들이.. 목표들이..
도중에 사라지거나 멈추는 일 없이 무럭무럭 자라서
내년 이 맘 때에는
그 존재 자체로 신기하게 여겨지던 한껏 자란 병아리처럼
우리의 꿈들도 목표들도 한껏 자라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