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박쥐의 딜레마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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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랑 고슴도치랑 독수리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우애 깊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슴도치와 독수리가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었고

그 사소한 다툼은 점점 더 깊은 오해를 만들어..

결국..

서로 만나면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박쥐가 보기엔

서로가 조금씩만 서로를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이렇게까지 깊어질 오해가 아니었기에

고슴도치와 독수리에게 오가며

오해를 풀어보려 했지만


두 친구는 오히려

박쥐, 너는 누구의 편이냐? 를 되물으며

박쥐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박쥐는 편을 고를 수 없었습니다

아니.. 고르기가 싫었습니다

고슴도치.. 독수리.. 둘 다 박쥐에게는 소중한 친구였으니까요


박쥐는 자신의 중재가

당분간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서로간의.. 오해가.. 오해였음을 깨닫게 되기까지

박쥐는 잠시 혼자 지내기로 합니다


깊고 어두운 동굴 벽에 매달려

고슴도치, 독수리와 같이 행복하게 놀던 꿈을 꾸며..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과.. 또 내가 아는 사람의 사이에

오해의 골이 보일 때가..


제 3자인 내가 보기엔

둘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한 번만 하면.. 다 풀릴 것 같은데

중간에서.. 이쪽으로 저쪽으로 그 돌아선 마음을 돌려보려 애를 써봐도

도무지 돌아보려 하지 않을 때가..


두 사람을.. 좋았던 시절로 돌려 놓고 싶어 하는 나의 노력이..

내 존재와 함께..

양쪽으로 눌리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어느 한 사람의 입장으로 치우치기에는..

다른 한 쪽의 입장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그러지 못하는 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정작.. 두 사람 보다 내가 더 힘들어질 때가..



그렇게 힘들어질 때는.. 그럴 때는..

한 발자국 물러나 그 노력을 잠시 멈추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돌아서 오는 길을 걸으려 선택한 두 사람에게..

내가 일러주려는 지름길은.. 별로 걷고 싶은 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한 발자국 물러나.. 기다리면..

언젠가는 돌고 돌아 도착하겠지요

깊게만 보이던 오해의 골을 지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던 때로..


그러리라 믿으며..

그러기를 바라며..

그런 마음만은 지닌 채로..

한 발자국 물러나 있어도 괜찮지 싶습니다


잠시 동굴로 들어간 박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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