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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모래시계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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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정말 고마운 무언가를 해줍니다

나는 당신에게 이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며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이 다짐이.. 시간에 부스러져 어딘가로 떨어집니다

아홉 번의 고마움 보다는 한 번의 서운함이..

수 차례의 살가움 보다는 한 차례의 차가움이..

시간에 녹아 들어 견고하던 다짐을 부스러트려 놓았습니다

1보다 9가.. 하나보다 여러 개가 크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마음에 담긴 다짐은.. 하나의.. 한 번의.. 부딪침으로 부스러졌나 봅니다


그렇게 부스러진 마음은.. 어딘가로 떨어져..

처음과는 다른 모습으로 쌓여갑니다..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피로 맺어진 혈연이어도..

잠든 시간에서조차 생각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련의 시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쌓인 서운함은 커져가기 마련입니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

다 떨어진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듯.. 서운함을 부스러트릴 시간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 시간은 혼자가 아닌 상대와 함께 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서운해했듯..

상대도 내게 그러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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