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마조림 Dec 25. 2022

[생각 정리] 삶이 덧없지만 덧없지 않기를

추운 겨울

하하, 호호 사람들이 모인다.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케이크에 초를 꽂는다.

긴 초가 9개가 넘었다.


각자 지내온 시간이 다르고 삶이 다르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도 수많은 삶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게 인생이다.


한바탕 시끌벅적한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각자의 터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순간


할머니는 모두를 향해 존댓말로 "고맙습니다. 다들 조심히 돌아가세요."

말하며 울음을 터트려 버리셨다.


자신의 삶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오늘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가볍게 만났지만 그 만남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버리면

그 만남은 그리고 가볍고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죽는다.


각자의 남겨진 시간을 모르기에, 모두 다 그 시간을 가볍게 웃으며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할머니의 울음으로 떠나는 발이 참 무거운 날이었다.


나를 포함해 할머니의 삶이 덧없지만 덧없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생각 정리] 거북이 머릿속은 느리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