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면접관은 정답이 아니라 ‘끌리는 사람’을 찾는다

by 최원재 면접코치


4장. 면접관은 정답이 아니라 ‘끌리는 사람’을 찾는다



면접에서 떨어진 취준생들은 면접관의 기준을 궁금해한다. 회사의 직원을 뽑는 자리이니 ‘일 잘하는 사람’이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일잘러’를 판별하느냐는 것이다.


스펜서 부부(Spencer & Spencer)가 제시한 '역량 빙산 모델(Iceberg Model of Competency)'에 따르면, 수면 위에 드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Knowledge & Skills)과는 달리,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자아상(Self-Concept), 기질(Traits), 동기(Motives) 등은 쉽게 관찰되지 않지만 행동을 좌우하는 더 근본적인 역량이다.



이는 면접관을 양성하는 교육 자료의 핵심 내용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진짜 역량을 알고 싶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지원자의 과거 특정 경험과 행동을 바탕으로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 BEI 면접(Behavioral Event Interview)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이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말해주세요. 어떤 접근 방식을 사용했나요?”


“팀 내 갈등이 있었던 경험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했나요?”



이와 같은 질문들은 자기소개서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항목마다 지겨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서술하세요’라는 요구가 뒤따른다. 나 역시 같은 말을 강조한다. 자소서와 면접 답변의 핵심 검토 기준은 ‘팩트 나열 금지’다. 팩트만 나열하지 않아도 잘 쓴 자소서, 좋은 면접 답변이 될 수 있다. 지원자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면접관이 그 경험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팩트만 나열하여 지원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면, 그 지원자는 ‘평가 불능’ 상태에 빠진다.



스스로는 열심히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십중팔구 팩트만 나열했기 때문이다. 평가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답은 명확해진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과거 행동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며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본질은 바로 ‘끌림’이다. 이것은 단순히 '인상이 좋다'는 느낌을 넘어, '아, 이 사람이 동료가 되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구나', '갈등 상황에서 팀의 윤활유가 되어주겠구나' 하고 확신하게 되는 전문가적 직관이다.



면접관은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이야기를 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끌린다. 면접관이 당신을 뽑는 이유가 되는 이야기, 바로 그것이 우리가 함께 찾아온 ‘찜스토리’다. 사소해도 상관없다. '진짜 내가 있는' 이야기를 통해 당신의 잠재된 역량이 비로소 드러난다.



사례 1: 책임감(기질)과 성실성(동기) 파악


한 지원자는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 중 팔이 부러졌음에도, 지국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깁스를 한 채 3개월의 계약 기간을 끝까지 채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는 '저는 성실합니다'라는 백 마디 주장보다 훨씬 강력하게 그의 책임감과 성취 동기를 증명한다.



사례 2: 갈등 해결 능력(사회적 역할)과 긍정성(기질) 파악


한 지원자는 친구들이 다투어 어색해진 술자리에서 "자, 이제 건배하고 웃지 않는 사람은 오늘 술값 다 내는 거다!"라고 유쾌하게 제안하여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친구들을 화해시켰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는 갈등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그의 기질과 사회적 역할을 명확히 보여준다.



멤버들과 이런 사례를 찾을 때 가장 즐겁다. 그런데 보통의 취준생들은 왜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지 못하는 걸까.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해도 면접관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면접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주장해서 합격하는 자리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면접관이 ‘이 지원자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믿게 만들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안의 보석을 꺼내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는 '끌림'을 만들 수 있을까? 이제 그 구체적인 여정을 시작해보자. 멤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찾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그런 ‘찜스토리’를 찾기 위해서는 글로 쓰면 안 된다. 전문 작가가 아니고서는 글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을 온전히 꺼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5장. 당신의 진짜 매력을 찾는 구구맵’에서는 쓰지 않고 말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찾는 법을 알아본다.



‘6장. 우리는 원래 이야기꾼이다’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꾼인 인간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할 말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취준생들이 이미 자신의 내면에 한 편의 드라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그리고 작고 소소한 이야기라도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7장. 평범함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는가’를 통해 얻길 바란다. 이제 당신의 매력이 담긴 이야기를 찾았으니, 그것을 면접관 앞에서 재연하는 일만 남았다. ‘8장. 최고의 무기는 ‘그때의 그 표정’이다’에서는 면접의 핵심이 단 하나의 단어, ‘재연(Replay)’인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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