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저 많은 카페와 술집들, 본래 인간은 수다쟁이
멤버들과 함께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현장 면접으로 채용하는 회사도 있었기에, 20~30대 청춘 남녀들이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싱그러웠다. 다들 삼삼오오 모여 까르르 웃으며 농담과 수다를 나누는 모습에서 청춘의 생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회사는 신입사원을 통해 저 푸른 생기를 얻고, 조직의 활력으로 삼고 싶어 하겠구나. 저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청춘들이 건너편 면접 부스에 앉아 짓는 표정을 보았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생기는 온데간데없이 딱딱한 고목나무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와 멤버들에게 그 점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알아요. 하지만 면접은 친구들과의 대화와는 다르지 않나요?”
또다시 엄숙주의의 덫에 빠진 것이다. 하긴 일부 면접 지침서에는 웃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었다. 나는 그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 아마 그분들도 직무와 업종에 따라 신중하라는 뜻이었지, 웃지 말라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청춘은 웃어야 한다. 대책 없이, 이유 없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면접 코치가 하는 일을 단 하나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것이다. 그 사람의 매력, 즉 그가 가진 고유한 미소를 면접관 앞에서 재연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 미소를 피워낼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코칭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구구맵이 가능한 이유는 원래 인간은 누구나 말을 잘 하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는가? 여기서 ‘잘한다’는 것은 아나운서처럼 유창한 발음이나 논리정연한 화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말의 발화(發話), 즉 ‘말을 할 수 있음’ 그 자체를 뜻한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Homo Fictus)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 부른다. 이야기는 인류의 생존과 진화에 필수적인 도구였다. 위험한 맹수의 출현을 알리고, 사냥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부족의 전통을 후대에 물려주는 모든 과정이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이야기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입말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채집과 수렵 기간이었던 3만 년에서 10만 년 사이에 생성된 것으로 추측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의미를 부여하고, 타인의 공감을 얻으며 관계를 형성한다. 거리에 즐비한 카페와 술집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 TV,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그것을 다시 가족, 친구들과 나눈다. 우리는 24시간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문제는 면접이라는 무대 위에서 이 타고난 능력을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친구와는 그렇게 수다를 잘 떠는 내가, 갑자기 면접관 앞에서는 외계어처럼 딱딱하고 감정 없는 ‘사실(Fact)’만을 나열하려 애쓴다. 본래 이야기의 족속인 인간이 스스로 이야기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코칭을 통해 수많은 취준생이 이 문제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의 문제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면접 준비’에 있다.
당신의 이야기가 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가? 친구와 어젯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나눌 때를 떠올려보라. 우리는 등장인물의 성격(캐릭터)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 전개(반전)에 흥분하며,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갈등)에 함께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친구가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생생하게 묘사한다. 놀랍게도, 이것이 바로 작가들이 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요소]
캐릭터: 주인공의 배경과 행동을 통해 캐릭터가 형성된다.
갈등과 반전: 이야기가 반전되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묘미가 있다.
구체성: 듣는 사람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머릿속에 떠올라야 한다.
당신의 인생에도 이 모든 요소가 이미 존재한다. 한 국립대학교에서 8개월간 취업진로 프로그램을 지도할 때의 일이다. 100명이 넘는 학과에 들어가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라고 했다. 그때 덩치가 큰 한 남학생이, 친구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면접관님) 친구들과 같이 고기를 먹으러 가면 항상 제가 자청해서 고기를 굽습니다. 고기를 잘 굽는 저만의 노하우는 먼저 마블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마블링이 많으면 고기가 맛있죠. 그리고 집중해서 최소한으로 고기를 뒤집는 것이 중요합니다. 돼지고기의 경우 지방의 색깔을 보고 ‘이때다!’ 판단해서 고기를 잘라 다시 구워주면 육즙이 살아있답니다. 저는 제가 열심히 구운 고기를 맛있게 먹어주는 친구들을 보는 것이 행복합니다. (합격해서도 회식 때 제가 모시는 상사님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서 고기를 굽고 싶습니다.)”
어떤가? 지금도 그 말을 하던 학생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반짝이는 눈빛, 고기 굽는 시늉을 하던 손짓이 눈에 선하다. 당시 자기소개라는 딱딱한 표현 대신 '나의 매력'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었기에, 괄호 안의 말은 나중에 덧붙인 것이다. 만약 이 말을 면접장에서 한다면 어떨까? 회사가 ‘고기 잘 굽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유머와 세심함, 타인의 행복에서 자신의 행복을 느끼는 팀워크 정신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멤버들과 함께 발견한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코칭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믿어도 좋다. 면접에서 꼭 답해야 할 3가지 기본 질문(자기소개, 지원동기, 직무경험)의 스토리 카드 중에서 자기소개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친구와 나누는 수다 속에는 이미 수많은 ‘찜스토리’가 숨어있다. 면접 준비의 시작은 합격 자소서를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편안하게 수다를 떨며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진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와의 수다를 그대로 면접장에서 풀어놓으면 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상의 대화와 면접의 대화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공통점: 구체성과 진정성
면접관도 친구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저는 책임감이 강합니다”라는 추상적인 주장 대신, “깁스를 한 채로 신문 배달 약속을 지켰습니다”라는 구체적인 경험을 듣고 싶어 한다. 당신의 경험을 듣는 면접관이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스토리가 팩트와 다른 점이다.
“듣는 사람이 상상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이요. 그걸 우리는 말의 전달력이라고 합니다.”
차이점: 의도와 연결
친구와의 대화는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지만, 면접은 ‘합격’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모든 이야기는 ‘그래서 내가 이 직무에, 이 회사에 왜 적합한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어야 한다. 내가 담당할 직무와 연결되는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어려운 지원동기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입사했다고 가정하고 발전 방안을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한 지원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면접을 준비하며 기존 편의점 택배의 단점을 보완할 ‘집콕 택배 서비스’를 구상했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고객의 불편에 공감하고(배경) 문제를 해결하려는(내용)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강력한 지원동기 스토리가 되었다.
“세븐일레븐에서 롯데 택배를 자주 이용합니다. 하지만 점포 수가 적습니다. 어떻게 하면 롯데택배를 더 많이 이용할까 생각을 해보니, 요즘 활발한 중고 거래 시장에 맞춰 집에서 간단하게 택배 접수를 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 같습니다.”
코칭 그리고 코치의 역할
코치는 이야기를 불러내는 사람이다. 많은 멤버가 구구맵을 통해 자기소개, 지원동기, 직무경험의 스토리 카드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하며 신기해한다. 그리고 점점 자신도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믿게 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코치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하나하나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제 장점을 잘 이끌어 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