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TALK PLAY LOVE
스마트폰 이전 시대, 삼성에서 만든 휴대폰의 브랜드명은 '애니콜'이었고 그 슬로건은 'TALK PLAY LOVE'였다. 이 슬로건은 당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즐겁게 대화하고 (TALK)
인생을 즐기고 (PLAY)
더욱 사랑하라 (LOVE)
당시 언론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슬로건이 휴대폰의 기술 경쟁을 넘어, 개인의 감성과 삶에 더 깊이 파고드는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때의 휴대폰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기기였지만, 점차 발전하여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우리는 더욱 진화된 기기로 'TALK PLAY LOVE'를 실현하고 있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자유가 느껴지지 않는가. 당시 TV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나왔다.
머릿속이 깜깜할 땐 TALK! PLAY! LOVE!
처녀총각 면하려면 TALK! PLAY! LOVE!
좌절 금지 희망 권장 TALK! PLAY! LOVE!
'면접 울렁이도 합격하는 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취업준비생이라면, 'TALK! PLAY! LOVE!'라는 단어만 기억하고 책을 덮어도 좋다. '구구맵'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문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될까?' 의심이 든다면, '해보고 나서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면 된다. 나는 과거든 지금이든 앞으로든 이렇게 코칭한다. 왜냐하면 ‘쓰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험에서 얻은 확고한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면접의 지독한 긴장은 그놈의 '쓰기'에서 시작된다. 자소서도, 면접 답변도 쓰기 시작하니 외우게 되고, 외우려니 긴장하게 된다. 결국 내 이야기를 남 이야기처럼 아무런 감동 없이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쓰게 하면 안 된다. 그냥 말하게 해야 한다.
아마 100명의 취업준비생 중 99명은 뚜렷한 ‘지원동기’가 없을 것이다. 지원동기가 없으니 그 질문에 답을 못 한다.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쓸 말을 찾으려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다. 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하도록 미션을 준다. 그리고 묻는다. 그 회사에 대해 어떤 점이 끌렸는지 말이다.
처음에는 ‘제가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환경 관련 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처럼 주관적인 경험을 말한다. 그러다 회사의 사업들을 꼼꼼히 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말하기 시작한다. ‘LH가 BIM(3D 모델링) 플랫폼을 만들던데,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회사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대해 알아보았는가. 그 프로그램은 왜 사용했고, 어느 정도로 다루는가.
녹음을 켜고 미주알고주알 같이 떠든다. 글로 쓰려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다. 그리고 대화체로 저장된 글을 내레이션으로 바꾼다. 끝이다. 물론 이 대화에는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회사의 강점과 멤버의 강점, 지원 직무의 특성과 멤버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지원동기 말해보세요’라고 하면 ‘없는데요…’라며 말문을 닫던 사람도 ‘회사에 대해 어떤 점이 끌렸어요?’라고 물으면 곧잘 대답한다. 생각해보면 ‘수다’가 그렇다. 친구와 술 한잔하며 자연스레 물을 것이다. ‘지원한 회사 괜찮니?’, ‘어떤 점이 괜찮아?’, ‘연봉은 얼마래?’ 서로 신나게 떠들 것이다. 그것이 바로 TALK다.
'TALK! PLAY! LOVE!' 슬로건의 PLAY는 놀이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여기서 PLAY는 ‘연기(演技)’를 뜻한다. 면접을 나쁜 의미의 ‘연기’라고 하는 것은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부풀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좋은 의미의 연기는 '구구맵'의 설명 그대로다. 내 이야기의 표정과 감정을 재연(REPLAY)하는 것이다. 면접은 그것뿐이다.
안다. 친구 앞에서는 되는데 면접장은 다르지 않냐고 반문한다. 맞다. 다르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취준생은 '구구맵'을 해야 한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와 달리, 1분 자기소개처럼 400자 내외의 분량을 혼자 말해야 한다. 이른바 독백, 내레이션이다. 하지만 걱정 마라. 키워드를 떠올리며 말하면 누구나 술술 말할 수 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여기서 막히는 멤버들은 대부분 키워드를 떠올리면서도, 이미 준비한 대본을 똑같이 말하려 애쓴다. 버려라. 그냥 키워드 중심으로 나오는 대로 말하면 충분하다. 아니, 과학적으로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스와일러(Sweller)의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뇌가 폭발(인지 부하)하지 않으려면, 키워드 중심 말하기로 기억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의식에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면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쓰며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책대로 '구구맵'을 하려면 내 목소리를 녹음하고, 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야 하는데 대부분 망설인다. 재연(REPLAY)을 하려면 스마트폰의 녹화(REC)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나를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숨고 싶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못생기고 안 예쁜 것 같다. SNS의 폐해다. 용기를 내라. 여기서 물러서면 끝이다.
나는 코칭을 시작하며 ‘자기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진정한 연애 고수는 자신을 사랑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면접관에게 자신을 뽑아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꾸 보면 정이 드는 것처럼 ‘자기 사랑’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정말인지 경험해보라. 내 목소리를 자꾸 듣고, 내 모습을 영상으로 자꾸 보다 보면 ‘뭐, 봐줄 만하네’라고 말하게 된다.
나는 취준생에게 필요한 자기 사랑을 세 가지 의미로 말한다.
자기를 사랑한다.
자기 안의 사랑을 믿는다. (내 안의 스토리: 매력, 꿈, 추억)
나의 인생은 사랑이다. (그래서 괜찮다, 믿는다.)
나는 멤버들이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면접관의 다음 질문’을 믿으라고 당부한다.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 ‘괜찮다, 믿는다’라고 말하라. 어디 취업 면접만 그럴까. 인생의 순간순간이 면접이다. 그 순간에도 '구구맵'은 필요하다. 정신 줄 놓지 말고 ‘꼭 할 말’에 집중해서 그 말의 감정과 표정에 집중하라.
모든 취업준비생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