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어릴 때 보던 어른이라는 존재는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부모가 되면 아이들을 잘 케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인생 앞가림도 잘 할 것이라고 말이다. 20대 때는 30대가 정말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다.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과 감우성은 극중에서 정말 어른들의 사랑을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이 된 지금 그들의 극중 나이를 보니 정말 아기아기했다. 십대 이십대때는 10년 뒤면 엄청난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아이를 낳고 안낳고로 어른이 된다는 식의 논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뿅하고 어른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어른같지도 않은 이들은 세상에 널렸다는 것도 알게 되니 좀 씁쓸했다.
부모가 되면 아이들의 이런저런 말썽에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하지만 ‘혼내는 것’이 아닌 아이가 위험하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기 않았다고 해서 혼낸다거나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시킨다거나 무언가를 권력을 이용해서 못하게 하는게 과연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도 되느냐는 문제로 귀결이 된다.
어른들도 자신이 한 약속은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어른도 인지편향을 가진 한낱 인간이기에 그런 것이다. 그 개인 자체가 덜떨어져서 그런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 뇌가 불완전하다는 걸 일단 인지하고 들어가야 한다.
늘 호감형이고 유쾌하고 통계적 사고를 할 줄 알던 윌 스미스가 자기 화를 다스리지 못해서 인생이 골로 갈 줄 누군 미리 알았을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자기 감정을 다스리고, 분노는 1차감정이 아니라 2차 감정임을 인지해야 한다. 1차 감정은 슬픔, 두려움, 억울함 등이다. 1차 감정이 처음에 일어났기에 그 다음에 분노라는 2차 감정이 일어난 것이다. 단지 1차와 2차 감정간의 거리가 짧아서 우린 1차감정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나는 좀더 많은 이들이 1차 감정을 잘 돌아볼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짜증났으니 화를 내는 게 당연한게 아니고, 기분나빴으니 바로 맞받아치는게 아니고, 그냥 싫으니까 공개적으로 싫은 티 팍팍내는거 말고.
어린 아이들이 1차 감정에 눈치 채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걸 도와주면 된다.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우리조차도 1차 감정을 억누르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