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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Aug 26. 2023

다름에서 발견한 경이로움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 씽킹

<비주얼 씽킹>을 읽기 전에 먼저 저자에 대해 알고 싶었다. 영화 <템플 그랜딘>을 구할 수 없어서 유튜브에서 영화 리뷰를 해주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영화 리뷰만으로도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유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템플 그랜딘이 기숙사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혐오 시설물이라고 학교에서 폐기한 것도 어찌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는 행동이긴 하다. 하지만 시각적 사고자인 템플 그랜딘에게 '포옹기계'는 그녀의 불안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존재였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포옹기계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걸 템플 그랜딘은 소들의 행동을 관찰한 다음에 본인에게 맞게 실제로 만들어낸 것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 책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 씽킹>을 읽으면서는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들끼리의 '협업'의 경이로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꼭 자폐를 통해 시각적 사고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서 서로 다른 분야끼리의 협업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협업해야 하는 분야끼리 서로를 배척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끄집어내 준 저자의 통찰력에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특별한 천재들만의 협업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각자의 다름에서 오는 부딪힘을 긍정적인 협업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남들과의 다름에서 오는 피곤함으로 혼자서 일하고 싶다거나 퇴사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특히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렇게 편리한 세상에서 살게 된 것도 모두 서로를 보완했던 괴짜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주얼 씽킹>을 읽으면서 협동과 리더십의 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를 보완하면서 더 큰 것을 꿈꾸고 해결하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 경이로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괴짜도 혼자보다는 둘이 뭉쳐야 더 잘한다'는 소제목, 그리고 '협력자들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데 동의한다.(p.199)'라는 본문 속 글귀처럼 우리는 상호 보완적 사고를 통해 개인이 이룰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토드 로즈가 쓴 <평균의 종말>과 <다크호스>가 있는데 요새 강점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만큼,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그리고 그 강점을 극대화시킨 개인끼리의 상호보완적 소통이 정말 중요하겠구나를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각자마다 느끼는 다른 불안에 대한 이해 역시 더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재난 예방을 위한 위험의 시각화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이들끼리의 협업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것일 테니 말이다. 


직장에서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리고 친구 간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서로가 각자 다른 세계이자 복잡계라는 걸 받아들이고 포용력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나는 다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서, 그런 다름 속에서도 협업을 하는 이들의 결과물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끝에 가서는 나라는 인간의 강점에 대해 더 심도 있게 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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