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이신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어릴 때는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싶으면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생각이 크게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 궁금해서 자료를 찾던 중 알게 된 유튜브 채널 '생활코딩'에서 이 말이 흘러나왔다.
'이걸 보는 당신이 이해 못하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설명을 잘못한 우리 잘못이다.'
그렇다. 바로 이거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잘 못하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설명을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본질을 알고 있는 것이다.
쉬운 걸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은 하수다. 어려운 걸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은 그 사람도 공부 중인 것이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고수다.
우리는 지금 정보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낼 줄 아는 게 경쟁력이다. 잘못된 정보를 꾸역꾸역 머릿속에 욱여넣는다고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나의 귀한 시간만 축날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양질의 정보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제공부를 하려고 해도 '경제'라는 말부터도 어렵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할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재테크 초보에게 넘어야 할 산은 주식, 펀드, 부동산, 경매, 채권과 같은 단어들인 것만 같다. 주식에는 손을 안대도 CMA통장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펀드는 직장인이 재테크를 하는데에 있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많다.
나에게는 한 가지 고집이 있다. 잘 모르면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남들이 한다고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나도 사람인지라 약간의 불안함은 마음 한구석에 생기겠지만 제대로 알고 나서 시작하지 잘 모르는 채로 주위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내가 대쪽 같은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라 간이 콩알만 해서 그런 것이다. 내가 제대로 알고 납득이 가야지 내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서 나도 했다가 그 책임을 그 사람한테 물을 수도 없으니까. 더군다나 돈에 관련된 일이면 콩알만 한 간이 후춧가루만치 더 작아진다.
그리고 나에게는 주식이나 펀드에 관심이 가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경제학자이신 아버지께서도 주식을 하다 돈을 잃으셨었다. 이게 어린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제를 아는 분도 주식하다가 잃는다면 그건 개인이 컨트롤이 가능한 영역이 아니겠구나 하고. 그리고 경제를 안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겠구나 하고.
그러니 부자가 된 이들은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부를 쌓아 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주식이나 펀드를 시작하기 전에 엠제이 드 마코의 '부의 추월차선'과 하노 벡의 '부자들의 생각법'을 먼저 읽어봐야 한다였다. 제대로 돈의 흐름이나 기업에 대한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주식이나 펀드는 투기와 다를 바 없다.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좀 그럴싸하게 멋진 모양새를 하고 경마장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맞바꾼 돈을 허무하게 잃어버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