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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an 02. 2019

결혼 비용 때문에 결혼이 엄두가 안 나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넘어야 할 엄청난 벽

돈이 없어서 서러운 경우가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그중 꽤 큰 비중으로 사람을 서럽게 하는 걸 꼽자면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거나 돈 때문에 결혼이 깨지는 경우일 것이다.


긴 인생 함께 이겨내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나의 반쪽을 만난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을 '돈'때문에 잃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 많은 돈도 함께 나눌 이가 없으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결혼비용에 대한 불안을 정리하기 전에 먼저 결혼을 할지 말지 기준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기까지 사람마다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결혼 후에도 생길 수 있는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조건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당신의 배우자가 지금의 일자리를 잃어도 당신은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일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결혼이 단지 너무 사랑해서 함께 있고 싶어서라는 로맨틱한 이야기를 깨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좋아서 하는 결혼인데 그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질문에 당당하게 예스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결혼한 지 4년밖에 안되었고 아이 둘 엄마인 내가 이 조건이 중요하다고 감히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하시며 관계를 유지해오신 부모님의 결혼 생활에서 보고 느낀 게 많아서일 것이다. 타지에서 아버지는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셨었고 어머니도 파트타임 여러 개를 하시면서 우리 두 자매를 키우셨었는데 그 당시 생활이 비록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나에게는 전혀 슬프거나 싫었던 기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시절 우리 가족은 가진 건 적었어도 추억은 많았고 어른이 된 후에 부모님이 겪어오신 것에 대해 더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나는 이것들이 부모님께서 나에게 주신 큰 자산 중에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럼 위 질문에 서로가 예스를 외쳤다면 결혼이라는 큰 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당신은 체크하게 될 것이다. 아니 체크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아직 돈이 없으니 결혼은 미뤄야겠다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겁먹기 전에 먼저 체크부터 하고 그 불안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1. 결혼식 비용

스드메(스튜디오 사진, 드레스, 메이크업)와 식장 비용, 청첩장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스튜디오/본식 사진

요즘에는 스냅사진으로 대체하거나 직접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정답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하고 싶었던 걸 두 사람이 잘 상의해서 할지 말지를 정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나와 남편은 사진 찍는 걸 오글거려해서 이걸 생략하자는 데에 의기투합했다. 그때 서로에게 더욱 믿음(?)이 갔던 것 같다. 그 대신 본식 때 찍은 사진은 정말 후회 없었다. 지인들과 인사 나누며 찍힌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보면 그 당시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지금도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자리만 차지하는 앨범은 예외.나는 액자나 앨범책자는 자리만 차지하니 생략하고 사진과 사진파일만 받았다. 집에 액자걸어놓는 건 어우 오글거려 못하겠더라. 앨범 펼쳐볼일도 별로 없으니 이 선택은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 드레스/턱시도

신랑의 턱시도가 신부의 드레스에 비해 중요도가 낮아 간과하기 쉬운데 신랑의 슈트를 고르는 재미도 드레스만큼 재미있을 수 있다. 그리고 결혼식 때만 입고 말 것이 아닌 중요한 자리에서 입을 수 있도록 활용도 높으면서 멋진 슈트를 고르는 재미를 느껴봐도 좋다. 그리고 신부 드레스의 경우 요새는 해외직구로 직접 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여러 가지 본인의 취향에 맞게 준비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여해서 입거나 결혼식 이후에도 입을 수 있게 수선할 수 있는 디자인의 드레스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로망에 맞게 계획한 예산 한도 내에서 잘 조절하면 되겠다.


- 헤어/메이크업

꼭 청담동 샵에서 해야지만 예쁜 것도 아니다. 유튜브에서도 여러 자료가 있고 금손이라면 스스로 연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이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 폐백

개인적으로 별로 기대를 안 했었는데 하고 나니 드레스보다 한복을 입고 전통혼례 사진을 찍은 게 더 재미있었다. 내가 결혼한 예식장이 특이하게 옥상에 말이 있어서 남편은 말을 타고 나는 가마를 타고 옥상을 한바퀴 돌았었는데 나는 그게 너무너무 즐거웠다.(왜지?;;;) 드레스만 입고 끝났더라면 몰랐을 재미를 약식의 전통혼례와 폐백을 통해 느꼈었다. 그리고 폐백 하면서 어르신들께 받은 용돈을 신혼여행지에서 쓰는 재미도 쏠쏠했다.(그때 신혼여행지에서 제대로 쇼핑하면서 탕진잼을 느꼈다.)


- 식장 비용

나도 여느 신부들과 다름없이 스몰웨딩을 꿈꿨었는데 시댁에서 초대할 어른들이 많으셔서 나의 로망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하지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스몰웨딩을 하려면 더 많은 돈이 드는 이상한 구조의 웨딩업계에서 돈을 절약하려면 오히려 웨딩홀에서 해치워(?) 버리는 게 나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식장 비용은 곧 식사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식사비용은 거의 축의금으로 커버가 된다. 그래서 결혼식은 축의금 장사라고 하나보다. (그런 문화가 개인적으로 싫었던 나는 어떻게든 발악하고 내가 하고 싶은 쪽으로 하려고 했지만.... 그 벽은 너무 높았다.)


- 청첩장/지인에게 할 식사대접

청첩장을 손수 제작하는 커플들도 있고 업체에 맡겨서 후다닥 찍어서 돌리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청첩장은 다른 일들에 밀려 거의 마지막에 급하게 해치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 다니면서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주말에 일들이 몰려 결혼식 전까지 주말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보통 결혼식 한 달 전에 청첩장이 나오는데 그러다 보니 주말에 지인들을 급하게 만나고 어떤 경우는 하루에 두 탕 세탕 약속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지나고 보니 이것만은 피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소중한 사람들한테 인사하고 초대하는 만큼 청첩장이 다른 준비에 밀려 가장 마지막에 대충 끝내버리게 되는 불상사를 막아야 실례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2~3달 전에 미리 청첩장을 제작해서 지인들과의 약속도 미리미리 잡아서 만나는 게 좋지 않았나 싶다.


2. 신혼여행

공식적으로 1주일에서 열흘 정도 길게(?) 여행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진짜 가고 싶었던 곳으로 둘이 잘 상의해서 정해야 한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 제일 아쉬워하며 했던 말이 '결혼식 비용을 좀 더 줄이고 신혼여행에 아끼지 말고 예산을 쓸걸'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언제든지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결혼하고 나서 가게 되는 여행은 어떻게든 예산을 아끼려고만 하지 펑펑 쓰게 되지는 않는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 앞으로 들어갈 돈이 많은 게 눈에 보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호화롭게 여유 부릴 수 있는 여행은 이때 아니면 노후에나 가능할 수도 있다.


3. 신혼집

어찌 보면 이 네 가지 중 최고로 부담되는 최종 보스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남편은 이것 때문에 결혼은 할 엄두가 안 난다고 나에게 얘기하다가 싸대기 맞을 뻔했다. 혼현희, 제이쓴 부부의 신혼집이 화제가 된 이유는 둘이 꾸며나가는 재미를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룸에서 시작해서 점점 넓혀나가는 재미는 부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처음부터 방 2~3개짜리 아파트에서 시작해야 제대로 결혼하는 거라는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남들 눈을 의식하는 부족한 자존감만이 이런 것들에 휘둘릴 뿐이다. 결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자존감이 먼저 필요한 게 아닐까.


4. 예물 및 한복 등등

양가 어르신과의 관계에서 가장 피곤한 요소. 이 것 때문에 마음 상해서 싸우는 커플도 많을 것이다. 둘이 행복하자고 준비하다가 양가 집안의 감정싸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명하게 잘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고 생략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부부는 반지가 아니라 손가락에 반지 모양의 타투를 한 경우도 있고 반지는 약소하게 커플링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보았다. 각자 집안에서 비싼 예물들을 주고받는 게 정석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거 같으면 양가 부모님을 설득할 배짱을 둘이 준비하는 게 '돈'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생긴 다음에 결혼을 하겠다거나 인연을 만날 준비를 하겠다는 건 내 인생에게 정말 아까운 짓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고 보니 그리고 지금도 그 결혼을 유지하면서 느낀 건, 결혼해서 하나하나 장만하는 재미가 훨~씬 오래간다. 각자 집에서 쓰던 전자제품을 옮겨와서 쓰다가 고장 나면 사거나 살면서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장만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이건 다 갖추고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살다 보면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을 때도 생기고 필요한 줄 알고 샀었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그런 게 돈 낭비라는 거다. 아직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어떤 생활패턴이 둘에게 맞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틀을 다 정해버리면 유동적으로 둘에게 맞춰가기 더 힘들어진다.


결혼식은 그냥 학예회같이 한 번 하고 마는 것이고 사진으로만 남는다. 결혼 후가 진짜 본 게임이니 결혼식에 모든 걸 쏟아내고 지쳐 나가떨어질 필요 전혀 없다. 결혼식이 다 비슷비슷해서 사람들은 의외로 기억 잘 못한다. 그렇게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나마 기억하는 건 음식 맛있었다 아니다라니 너무 슬프지 않은가.


결혼 준비하면서 작은 일 하나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기회이니 잘 활용하고 '즐기길' 바란다. 준비를 하다 보면 즐기지 못하고 주인공들이 스트레스받고 있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흔한데, 준비 기간은 짧고 굵게 그리고 즐겨라가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얻은 교훈이다.


돈때문에 결혼을 쫄 필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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