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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28. 2018

내 집 마련 때문에 골치가 아플 때

우리를 괴롭히는 집값 

돈을 버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집값이다. 집을 사기 위해 모으고 있거나 이미 무리해서 대출해버려 빚을 다달이 갚고 있거나. 


우리 부모님 세대가 내 집 마련을 위해 그 긴 세월을 달려오셨고 집 한 채 마련에 성공한 경우 뿌듯해하며 고생한 날들을 보상받은 것과 달리 우리 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꿈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세로 들어가도 2년마다 전전긍긍해야 하고 이사비도 만만치 않고 거기다가 전세금도 떼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한몫 더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이상했던 거라며 원래 외국은 죄다 월세 개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보려고 해도 집 없는 설움은 잘 추슬러지지 않는다.


내 집을 마련하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 내 집이 되는 순간 발 뻗고 푹 잘 것 같고 매일매일 집안을 쓸고 닦으며 소중하게 관리할 거야라며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그런 날이 언제 올까. 우리는 2가지 선택을 한다.


집을 빚내서 사거나 불안해하며 집 살 돈을 모으거나.


얼핏 보면 여유만 된다면 빚을 내서 사는 게 마음이 편할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둘 다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1. 빚을 내서 이미 집을 산 경우

매달 나가는 이자와 원금의 비율은 안 그래도 불만인 월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활비도 줄이기 힘든데 대출이자와 원금은 내 월급을 순식간에 가져가 버린다. 집 하나 장만하자고 이렇게 허리띠 조이며 사는 게 서럽다. 생활비도 쪼들리고 월급은 안 오르고 일은 재미없고 가족은 먹여 살려야겠고 정말 서럽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산다. 그러니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


2. 집 살 돈을 모으며 미래를 기약하는 경우

내년이면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이 안 구해져서 큰일이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리니 이사를 안 갈 수는 없고 근데 다른 집을 구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떠돌이 신세 이젠 정말 지겹다. 집 없는 설움이 이런 거구나 싶다. 눈물 나게 서럽다.


어찌 보면 우리는 집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물건을 사기 위해 우리 삶의 상당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즐겁지 않은 일을 하며 빚을 갚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소중한 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더더욱 시간을 고작(?) 먼 훗날 우리 것이 되어 줄지도 모르는 집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희생하고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소모적인지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집을 위해 돈을 모으는 일은 그만하고 욜로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을 꾸역꾸역 모으기 위해 오늘을 살지 않고 집이 생기는 날만을 고대하는 게 아닌, 오늘날 말도 안 되게 올라가 버린 집값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자는 거다.


여기서 상상 은퇴를 살짝 해보면 내가 그렇게 원하던 집이 오늘 당장 생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미 60살, 또는 80살이 되어 있다. 집 하나만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었다고 당신은 기쁠 것인가, 아니면 그 간 이루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에 아쉬워하며 눈물이 날 것인가.


집은 결국은 눈감고 죽을 때에는 당신의 것이 될 수도 있다. 그게 작은 원룸이든 큰 시골 저택이든. 집, 집, 집에 발이 묶여 내가 진짜 원하던 걸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60년 동안 매달 70만 원씩 모으면 5억짜리 집값은 모아진다. 근데 그걸 더 빨리 가지기 위해서 더 많은 금액을 집값으로 저축하고 다른 걸 누리는 걸 포기하며 남은 긴 시간을 사는 게 스스로에게 행복한지 되물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 굳이 5억짜리 집일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거나 방이 굳이 3개 일 필요는 없다거나 집은 커도 발코니가 없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든지 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생긴다. 집은 작아도 작은 앞마당은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방은 2개여도 화장실은 꼭 2개 있었으면 좋겠다든지 방의 크기보다 부엌의 크기가 중요하다던지 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집은 내가 원하는 대로 완벽해도 가까운 거리에 멋진 이웃이 없다면 즐겁지 않다든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단골 식당이 있어야 한다든지 하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준들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넓은 집, SNS에 올리면 뿌듯한 집을 꿈꾸는 나의 욕망 너머에 '진짜' 내 욕망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온전히 '오늘'을 살 수 있고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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