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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an 13. 2021

기록의 여정을 훑다

다양했던 나의 기록 방식들을 돌아보며

기록이 좋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어도 그걸 지속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록의 본 목적은 썼던 걸 다시 들여다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행위를 하고 있는 동안에 온전히 나의 사고에 집중하는 경험을 하기란 명상을 제외하고 흔치 않다.


기록을 하며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하다보니 내가 모르던 방식을 우연히 찾게 되기도 했다. 아날로그 일기로 처음 글쓰기의 세계로 발을 들였던 고딩시절 나는 그 후 어떤 기록의 여정을 지나왔던 걸까 한 번 훑어봤다.


처음에는 아날로그

독후감이 개떡같다는 소리를 담임한테 듣고 글쓰기는 나와는 연이 없는 건가싶었던 고1시절. 사실 글을 못쓴다는 것에 상처도 받지 않았다. 아예 욕심도 안나고 기대도 안하는 거에는 상처도 안받나보다. 그 당시에는 오기같은건 생기지도 않고 '나'랑 '글'은 다시는 만날 일이 없는 먼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글쓰기와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그건 언어영역 점수가 형편없던 내가 문학선생님한테 점수 올릴 비책(?)을 알려달라며 찾아가면서부터였다. 문학쌤은 내게 ‘뭘 보든(만화든 영화든) 써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언어영역 점수를 올리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가끔씩만 글을 쓰던 메모정도에 그친 대학시절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 중에 토론수업이었는지 어떤 수업이 있었는데(기억났다! '사고와 표현' 수업이었다!) 매주 주제에 따라 글을 써오는 과목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하면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 때 알았어야 했는데. 나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하지만 나는 원래 이미 재미를 느끼거나 잘하게 된거에는 관심을 안 쏟는 아주 몹쓸 버릇(?)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잘하는 것 같고 재미있는 건 그저 방치하거나 가끔씩만 찾곤 했다. 그 때부터 블로그를 했더라면 또 달라졌을까?



사회초년생 때 미친듯 적었던 재정노트

졸업하고 취준 시기를 거쳐 겨우겨우 입사한 나는 코딱지만한 월급에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졸업만 하면 고액연봉을 받는 커리어우먼이 될거라고 헛된 꿈을 꾸었던 과거의 나에게 니킥을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재태크 칼럼들을 미친듯이 읽어가며 나의 겸손한 세후월급을 가지고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이르렀다. 그게 ‘가로저축’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욕망을 마주 보게 되었고 그 때부터 ‘돈공부’, ‘상상은퇴’니 하는 개념에 대해 브런치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퇴사 전에 썼던 계획

나의 장기적인 커리어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더욱 '계획'에 목매게 되었다. 그 당시 아날로그 일기장에 사춘기 감성폭발 고딩 때보다 글을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글쓰기로 찾으려고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나의 감정에 집중하다

뭔지 모르지만 답답함이 가득했고 그걸 공개적인 글쓰기로 처음 폭발시켰던 시기다. 사실 그때 구독자 수가 10명, 16명 막 이럼에도 그냥 한 명 한 명 느는 게 고마웠다. 누군가가 내 글에 공감해준다는 느낌. 그 느낌은 진짜 짜릿하다.


중구난방 쏟아내던 네이버 포스트

브런치가 좀 더 세련된 느낌이라면 네이버 포스트는 정리가 안된 머릿속을 그냥 다 쏟아내기에 적합했다. 나는 관심분야도 많아서 내가 뭐에 집중해야하는지도 몰랐으니까. 한 가지 주제로 매거진을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10가지 넘는 주제를 그냥 마구 발행하던 시기였다. 이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정리가 조금씩 되기 시작했으니까.


지속하는 의미를 알기 어려웠던 네이버 블로그

UX/UI가 나의 감성에 찰떡이었던 브런치와는 달리, 네이버 블로그는 지속하기 어려웠다. 뭘 써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른 블로그 글들을 공유 겸 저장해놓는 서랍에 불과했다.


수익화를 위한 티스토리

구글 애드센스에 대해 막 알게 된 시기라 눈이 돌아가서 매일 글쓰기를 미친 듯이 하던 시기다. 그 시절 정말 쓰레기 글을 많이 발행했었던 듯 싶다. 이제와서 지우거나 정리하고 싶지만 너무 많아 엄두도 안난다. 결국 글을 많이 발행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좋은 글, 도움이 되는 글이 답이라는 걸 알고 수익화 승인받고 열심히 안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엔딩.


시간이 없어 시작한 목차 스키밍(브런치)

마케팅/브랜딩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나는 마케팅 관련 책을 20권 정도 사재낀 다음에 매일 목차 스키밍을 우연히 하게 되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보름 정도 목차 스키밍을 하자 마케팅의 큰 그림이 보였다. 결국 ‘스토리’였다.


목차 스키밍으로 재미 붙인 네이버 블로그

그렇게 목차 스키밍은 잊혀진 듯 했지만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새로운 책들은 봐야하는데 읽는 게 엄~~청 느린 나, 그런데 성격은 급한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목차 스키밍'을 한 게 나의 욕망 어딘가를 건드린 듯했다. 그렇게 원서와 번역서 목차 비교를 시작으로 거의 매일 그렇게 부담없이 하다보니 70편 정도 쓴 듯하다. 기록으로 남겨놓으니 후에 다시 찾아보기도 너무 좋고 행복하다. 이렇게 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애드포스트 승인도 났다. 피똥 싸게 노력했던 티스토리 때와 비교될 정도로 수월해서 허무했다.


영작의 세계로, Medium

매일 영작하기를 한지 200일이 넘었다. 그러다가 아는 선배가 각자 미디엄에 영작하면서 서로 으쌰으쌰 영어공부 동기부여를 하자며 감사한 제안을 주셨다. 그렇게 나는 혼자 매일 최소 한줄씩쓰다가 이제는 함께의 힘으로 미디엄에 150자 정도씩 영작을 하고 있다. 놀랍다. 브런치에 글쓰면서 한명 한명 구독자 늘어가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 미디엄 구독 팔로워 8명 ㅋㅋㅋ 모르는 외국인도 몇명 끼어있어 신기한 기분이다.


그리고 다시 아날로그 명상 글쓰기의 세계로

최근 <마음챙김>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아날로그 글쓰기를 반드시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런 시대일수록 아날로그 글쓰기를 안하면 망할 수 있다는 책들을 알게 되면서 메모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랄까. 그렇게 매일 새벽에 일어나 20~40분 정도 펜으로 생각을 휘갈겨 쓴지 3일차인데 만족도 최상이다. 3일째인데 이런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너무나도 기대된다.


여전히 나의 기록, 글쓰기는 진행 중이다.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글쓰기는 진짜 나를 살린 고마운 존재다. 사람들도 이 재미를 알게 된다면 참 좋을텐데.


그치만...아무리 절절하게 설명해도 안할 사람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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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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