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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수 Aug 06. 2023

킹 이병 월북 사건의 배경과 동기, 그리고 남북미 전망

킹 이병 월북 사건, 북미 협상의 기회와 위기

 

-킹 이병 월북 사건,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킹 이병 월북 사건, 북미 갈등의 촉발자가 될까

-북미 협상의 열쇠를 쥔 킹 이병, 송환과 추방의 교차점은  

-킹 이병의 월북, 주한미군 관리체계와 JSA 보안 문제의 해법은 


트래비스 킹 이병은 주한미군 소속 육군 기병대 정찰병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8일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송환되기 전에 공항을 빠져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을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현재 그는 북한에 구금된 것으로 보이며, 그의 소재와 안위는 알 수 없다. 미국 정부는 다각도로 북한 측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응답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트래비스 킹 이병은 복무지 이탈, 폭행 등 말썽을 많이 일으킨 데다 귀국 거부 의지가 강했던 '문제 사병'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월북 사태와 관련해 미군의 관리 소홀이 더욱 부각할 전망이다. 이에 동국대학교 북한학 정호근 교수를 만나 충격적인 미군 병사의 월북을 짚어봤다.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정호근 북한학 박사>

-월북 미군 병사의 신변과 안위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2023년 들어 북미관계는 미국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과거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렬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강대강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이 아닌 현역 주한미군의 월북 사건은 충격과 함께 남ㆍ북ㆍ미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여러 정황으로 보아 트래비스 킹 이병은 납북이 아닌 자진 월북으로 판단됨에 따라 북한 측에서는 미국과의 대립상태에서 황당한 상황이지만 상당히 호재임이 틀림없기에 미군 병사의 신변과 안위는 과거 웜비어 사건과 같이 크게 우려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에서는 ‘굴러온 호박’ 일 테이니깐요.”


-병사의 행동 동기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킹 이병의 월북 동기와 의도를 말씀드리기 앞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자국의 병사관리의 민낯이 드러나 미군은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1960년대 이후 미군 월북은 6번이 있었고 사복차림으로 여행객들 속에서 갑자기 뛰쳐나와 JSA를 통한 월북은 최초입니다.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킹 이병은 월북한 장소는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북한 땅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밟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킹 이병은 주둔 국가의 법규와 질서를 무시하는 무지몽매한 점령군 행태로 2차례에 걸친 폭행 사건을 저질러 노역장에 유치되는 등 미군의 명예에 먹칠을 한 장본인입니다. 


그런 연유로 본국으로 송환되어 현역 적부심사에 회부될 예정이었으며, 강제 전역으로 퇴직금도 받지 못할 처지였습니다. 즉 불명예 전역이죠. 1965년 1월 월남 파병을 피하기 위해 월북한 찰스 젠킨스 하사를 비롯한 월북 미군들은 정상적인 군생활이 아닌 불만 포지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른 자들입니다. 킹 이병도 마찬가지였음을 볼 때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이었을 것이고 나름대로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근거가 청주 교도소 노역장에 유지되기 전 여행사에 JSA 관광을 신청하였음을 볼 때 본국 송환 전 월북을 각오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킹 이병이 JSA 견학을 신청하였을 때 교도소 노역장 유치 일정에 맞춰 견학 일정을 잡고 호송원이 철수하자 출국장을 이탈하여 여행사에 합류한 행적은 사전에 계획에 의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이루어진 점입니다. 이러한 정황은 킹 이병의 월북 동기와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월북한 주한미군 킹 이병의 사건이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크레샴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구축’이란 쫓아낸다(驅逐)는 의미인데 예전에 단어를 잘못 이해해서 쌓아 올린다(構築)는 뜻으로 오용을 하곤 하였는데, 이번 킹 이병 월북 사건이 오용 그대로 잘못된 행동이 좋은 것을 쌓아 올린다는 의미로 작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즉 킹 이병의 충격적인 월북이 남북미 관계에, 특히 북미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한 주한 미군의 역할은 매우 중차대합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역내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호전적 태도를 억지하는 전초 임무를 맡고 있는 주한 미군의 병사가 느닷없이 월북한 사건은 미국을 곤혹스럽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 조야가 이 사건으로 좌불안석한 상황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단 저의 의견으로 북한이 과거 웜비어 사건으로 인한 학습효과가 있어 킹 이병을 수용소에 감금하여 비인간적인 고문이나 학대를 자행할 것 같진 않습니다. 미국은 당연히 킹 이병의 송환을 위해 공식, 비공식 통로를 활용해서 북한과 접촉을 할 것입니다. 북한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미국의 협상 요청에 응하게 될 것이고요.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월북하여 북한 당국의 관리하에 있는 킹 이병의 선택일 것입니다. 


과거 월북한 주한미군들은 자의로 목숨 걸고 결행을 하였으며, 월북 후 체제 선전에 동원되어 미국에 비수를 꽂는 행적을 보였다. 킹 이병이 본국에서 처벌과 강제 전역 등의 불이익으로 인생을 망칠 바에는 신병이 불확실하겠지만 월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였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고 봅니다. 이런 경우 북한은 킹 이병의 의사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송환을 마냥 거부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북한은 미국이 킹 이병을 직접 면접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킹 이병의 의사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니깐요. 이와 달리 킹 이병이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월북은 하였지만 심경의 변화로 송환을 원함에도- 미국의 확인 필요- 북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송환을 거부한다면 북미 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좋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민간인도 아닌 본국의 군인이 강제 억류되고 있다는, 즉 불법 구금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최고조의 긴장상태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킹 이병의 의사에도 불구하여 미국의 뜻을 따라 송환한다면 역내 정세는 회복할 수 있지만, 북한의 요구에 따라 어떤 경우든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은 틀림없습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은 이 사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양측이 zero-sum 게임이 아닌 win-win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오용이긴 하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이 아니고 구축(構築)(?)하길 희망하는 거죠.”


-킹 병사의 송환을 위해 미국과 북한이 어떤 접촉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그에 따른 협상 전망은? 


"북미 관계에서 협상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이루 집니다. 첫째 유형은 비밀협상입니다. 1994년 제네바 협상 등 북핵 관련 협상은 제3 국에서 비밀리에 이루 졌습니다. 제1차 핵위기, 제2차 핵위기 당시의 협상이 모두 그러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공식적인 통로를 이용하는데 UN이 있는 북한 뉴욕대표부 채널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이 채널도 비밀협상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특사가 파견되어 일괄 타결하는 방식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회담을 위해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며,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미 협상에서 정형화된 형식보다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가 연동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협상 진행에 따라 비밀협상, 공개협상, 특사 파견 수순으로 이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킹 이병의 송환을 위한 협상도 앞의 세 가지 유형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북한은 의도치 않던 이번 사건을 장기간 교착된 북미 관계를 회복시킬 절호의 기회로 인식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제3국을 이용한 비밀협상으로 그들의 장기인 ‘벼랑 끝 전술’을 발휘하여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여 북한의 당면한 현안 해결을 요구조건으로 제시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북한도 킹 이병의 처리에 대해 고민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의 자진 월북은 북한으로서는 ‘굴러온 호박’이지만 해결 기미가 없는 북미 관계의 다소나마 회복을 위해서라면 미국의 송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력이 걸려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미국의 체면과 북한의 이익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킹 이병을 송환하는 형식이 아닌 판문점을 통해 추방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북한도 범죄자를 받아들인다는 국가 이미지는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서 범죄혐의가 있는 탈북 선원 2명을 귀순 의사를 묵살하고 북한의 요구에 강제 북송한 사례와 비슷한 양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주한미군의 관리체계와 JSA의 보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세간에서는 범죄인을 미국으로 귀국시키면서 호송원들이 본국의 소속부대까지 대동하지 않고 한국의 공항 출국장 입구까지만 에스코트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호송원 없이 이동하는 킹 이병은 한국의 출국장에서부터 감시하는 시스템이 전무하게 됩니다. 킹 이병이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탑승하였더라도 기내에서, 또는 도착 후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킹 이병의 호송이 마지막까지 책임 있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범죄인 관리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킹 이병이 알아서 잘 가겠지라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조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범죄인 관리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재차 소를 잃지 않을 것 아닙니까? 일각에서는 킹 이병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곳으로 월북함에 따라 JSA의 군사정전위원회(T2, T3) 건물 사이의 군사분계선 턱(15cm)을 높이거나 관광을 통제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반대입니다. 동독이 베를린 장벽을 설치한 것은 서독으로 탈출하려는 주민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체제 경쟁에서 열세하게 되자 고육지책이었던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킹 이병 월북으로 한동안 JSA 관광은 제한되겠지만 JSA 관광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된 냉전 지대를 널리 알리는 다크투어의 의미가 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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