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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역설, 젊음의 재발견

by 임진수

어쩌면 딱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가 있다.

가까운 듯 멀고, 깊은 듯 가볍다. 감정의 결은

진지하지 않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는 그런 사이.

그 친구를 만날 때면, 시간이라는 낯선 감각이 문득 다가온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흔히 무게로 느껴진다.

책임의 무게, 지나온 시간의 무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우리는 종종 나이를 숫자로만 바라보며, 그것이 곧 가능성의 축소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관점은 시간의 흐름을 단선적으로 이해한 데서 비롯된 착각일지도 모른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를 “시간 속에 던져진 존재”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현재를 살아가며, 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더 많은 의미를 축적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나이를 인식한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증거다.

젊음은 단지 생물학적 상태가 아니라, 가능성을 향한 의지다.

미래를 꿈꾸고, 변화에 열려 있으며, 아직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태도.

나이를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여전히 그 가능성의 문 앞에 서 있다.


나이는 시간의 흔적이 아니라, 존재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젊음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이며, 나이를 인식하는 그 순간조차 우리는 여전히 젊다.

부담은 곧 자각이고, 자각은 곧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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