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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Jan 11. 2024

이월(移越)된 계획과 생각의 재고(在庫)

새해를 맞이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많지만 계속 이어지는 것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월(移越)된 계획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월된 계획들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이러한 계획들은 작년에 수립했던 계획 중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던 일들이다. 보다 쉽게 표현해보면 하면 좋고 하지 않아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은 부지불식간에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실행으로 옮길 것도 아닌데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빗대어보면 불필요 파일(junk file)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파일들이 정리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컴퓨터의 성능이 저하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지난 해로부터 이월된 계획은 올 해 실행할 수 있을까? 실행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언젠가는 할 생각이 있는 일이나 일단 두고 봐야 할 것 등과 같은 일들이 정리해야 할 계획들이다. 이월된 계획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에 대입해봐야 한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삶의 철학이나 미션 또는 비전 등과 같은 명분이 될 수도 있고 외적인 이익이나 보상이 될 수도 있다. 내적으로 보면 만족이나 기대되는 결과물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기준은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계획은 수립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기는데 방점이 있다. 만일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멀어진다면 앞으로도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계획을 수립한다면 이와 같은 우선순위에 기반한 실행동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혜롭게 버리거나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더 이상 반복적으로 이월되는 계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새해 들어 축적해야 할 것도 많지만 남기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다.


일례를 들면 생각의 재고(在庫)다. 머릿속에 담겨 있는 아이디어를 비롯해서 의지만 있었던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생각의 재고들은 미래를 염두해두고 남겨 놓았다기보다는 어쩌다보니 재고로 쌓이게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다양하고 참신한 생각들이 재고로 남겨진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담거나 표현할 수 있는 그릇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그러다보니 당시에는 신선한 생각들이었지만 이내 시들해지기도 하고 먼지에 덮여진 채 방치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생각의 재고가 쌓이면 다시 찾기도 어렵다. 그리고 힘들게 찾았을지라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상태인 경우가 많아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각의 재고를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록이 먼저다. 기록은 생각의 재고 정리에 유용하다.


다음으로는 기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정하는 것이다. 그릇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색상은 다양하다. 기록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때로는 SNS에, 때로는 영상으로 그리고 책이나 강의 등과 같은 그릇을 정하고 담으면 된다.


아울러 당장 담겨지지 않는 생각들은 별도의 기록저장소를 마련해보면 유용하다. 메모와 일정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기록과 기록을 담을 그릇을 정했다면 실행해야 한다. ‘나중에 밥 한 번 같이 먹어야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밥을 같이 먹을 수 없었던 지난 날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생각은 음식의 재료와도 같아서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바로 요리를 하거나 잘 보관해두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월하거나 재고를 남겨 둘 필요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개인적으로 이월된 계획과 생각의 재고로 인한 아쉬움을 경험했다면 달리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매년 이와 같은 아쉬움을 반복해서 마주했다면 더욱 더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해에는 중요한 일들이 이월되거나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생각의 재고를 남기지 않도록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올 연말에는 아쉬움이 아니라 만족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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