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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다시보기

by Dr Kim

틀(frame)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예를 들면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걸러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열된 현상들을 의미있게 구조화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틀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어떤 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일지라도 다르게 분석되고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틀은 대개 업무를 하는 상황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에게도 적용해볼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진지하게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왔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성찰의 시간이다.


올 해를 복기하면서 최근 3년간 사용했던 틀을 살펴봤다. 2023년의 경우에는 결과물, 새로운 인연, 새로운 경험 그리고 아쉬움이라는 틀 속에서 한 해를 돌아봤다. 2022년에는 새로운 습관, 새로운 경험, 새로운 시도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라는 틀로 살펴봤고 2021년에는 10대 뉴스라는 틀을 사용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틀을 가지고 왔다. 계속 해왔던 것(continued doing)과 멈춘 것(stop doing)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것(start doing) 측면이다.


먼저 작년에 이어 계속 해왔던 것(continued doing)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글쓰기다. 분량과 주제의 차이는 있지만 수 년 동안 평균적으로 월 2회 정도는 지속적으로 글을 써왔다. 덕분에 올 해 두 권의 책도 출간되었다. <생각하는 리더 행동하는 리더>와 <강의를 시작하는 당신에게>라는 책이다. 감사한 것은 이러한 글을 매개로 귀한 자리에 초대받는 일도 많아졌다.


다음으로는 <HRD Curator> 제작 및 발행이다. 개인적인 관심과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뉴스레터인데 어느 덧 50번째 뉴스레터가 만들어졌다. 내용은 리더십과 HRD분야에서 필자가 봤던 논문, 책, 칼럼, 영상 그리고 관심가져 볼 필요가 있는 사람, 세미나, 컨퍼런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이와 연계된 발행인과의 만남도 빠짐없이 해왔다. 이 모임은 <HRD Curator> 구독자들의 자발성에 기반한 오프라인 모임이다. 매번 같은 사람들만 모이지는 않는다. 이 모임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조직과 직무 그리고 직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자율적으로 참석한다. 그래서 이 모임을 통해 관점과 생각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분들과의 인연도 쌓여가고 있다.


그리고 요구에 기반한 HRD(needs based HRD)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교육과정도 개발하고 강의도 한다. 자문이나 멘토링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라 특화되거나 맞춤형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과 HRD영역에서의 개인적인 문의, 상담 요청 등이 예년에 비해 증가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빈번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논문을 게재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와 같은 발표와 게재를 하기 위해서는 평소 개별적인 시간을 할애해서 연구를 해야 했다. 물론 이것은 나의 선택사항이다. 하지만 리더십과 HRD는 이론과 실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하여 느리지만 꾸준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가족여행도 매년 계속하고 있는 일이다. 여행지와 여행기간도 중요하지만 온전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소중하다. 그 시간이 그 어느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가족여행은 시간이 나서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가는 것이다.


계속 해왔던 것 중에는 헌혈도 있다. 전혈의 경우, 연 5회가 최대치다. 그런데 올 해는 5회를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10월에 일본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해외체류로 인해 헌혈이 가능한 주기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여전히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반면 올 해를 기점으로 멈춘 것(stop doing)도 있다. 지난 2년간 봉직했던 한국인적자원관리학회 편집위원장직을 마치게 된 것이다. 편집위원장직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학술논문을 읽어볼 수 있었고 공부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학문적인 측면에서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감사의 시간을 보냈는데 지난 학술대회에서 감사패까지 받았다. 과분한 일이다. 돌이켜보니 멈춘 듯 보이지만 멈춘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시간을 통해 논문을 찾아 읽는 좋은 습관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올 해 역시 새롭게 시작한 것(start doing)이 있다. 생각보다 많았다. 우선 국내에서 수행한 연구를 해외에서 발표하기 시작했다. 공동연구로 진행했고 사정상 직접 가서 발표하지는 못했지만 AHRD 컨퍼런스에서 공동연구자 중 한 명이 대표로 발표했다. 그리고 이 발표를 기점으로 내년에도 발표가 확정되었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다.


일본에서 시작한 리서치 트립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현지에서 많은 일들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가칭 한일 리더십 세미나도 논의되었다.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겼고 더 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겨났다. 대부분은 내년에 진행될 일들이다.


새로 시작한 것 중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득한 것이 있다.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개최했다는 것이다. <The Giver>라는 콘셉트로 한 리더십과 HRD분야의 컨퍼런스였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다. 자발적 운영진과 발표자, 참가자, 후원자분들의 도움이 컸다. 이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마무리했던 과정에서 느낀 바가 크다. 리더십과 팔로워십 그리고 HRD를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직접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개최한 것을 넘어 그동안 참가자로만 접했던 컨퍼런스와 세미나에 발표자로 초대받은 것도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많은 분들과의 접점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또다른 자리에 초대받는 일도 생겼다.


청각장애청년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올 해 새롭게 시작한 일이다. HRD Curator Community에서 발의된 내용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일이다. 봉사활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여 청각장애청년들의 자기개발, 취업컨설팅 등을 주제로 일종의 교육봉사를 했다. 이와 연계해서 소정의 기부금도 전달하기도 했으며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전개도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


계속 해왔던 것과 멈춘 것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것이라는 세 가지 틀을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부가적으로 느끼는 것들이 있었다.


먼저 지속성의 힘이다. 돌이켜보니 한 번에 된 것은 많지 않다. 작은 행위들이 반복적으로 수행되고 쌓이면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은 일회성에 그치면 안된다.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있다면 지속되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아울러 멈춰야 하는 것들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이른바 개인의 가치와 기준에 따른 우선순위도 정해져야 한다.


1년이라는 시간은 돌아보기에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긴 시간도 아니다. 반나절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돌아보기의 시간을 가져보면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있어서도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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