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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리니 Jun 23. 2023

부동산에 영끌했던 30대 부부의 현재 - 1편

영끌 엄마의 집타령

출산으로 일을 관둔 후, 남편 수입만으로 우리 세 가족 살림이 빠듯한 이유는 사실 빚이 많아서다. 우리 부부는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문제의 ‘30대 부동산 영끌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2020년 6월, 무려 결혼 8개월도 전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2020년 6월은 대한민국 부동산이 어마어마하게 폭등했던 시기였고, 당시 우리는 한 달 새 아파트 호가가 5천씩 오르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며 ‘내 집 마련’에 몸이 달았었다. 이 미친 상승장에 한시라도 빨리 탑승하지 않으면 평생 내 집 마련을 못 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물론 매수 직전까지 ‘이렇게나 오른 집을 사도 되나’ 얼마간 고민스럽긴 했다. 하지만 살면서 내 집 마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우리 부모님을 보면서 몸소 깨달았던 나는 내 선택에 대해 웬만큼의 확신이 있었다. 평생 살 집이니 당장 집값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잘 고른 실거주 한 채면 내 결혼 생활도 꽃길(나아가 돈길) 향해 갈 것 같았다. 당시엔 집 매매가 아주 좋은 옷이나 차를 사는 문제처럼 심플해 보였다.


매수 결정을 했을 때,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건 역시나 돈이었다. 남편과 내가 10년 넘게 일하며 모은 전 재산에 시가에서 보태준 예물비까지 탈탈 털어 집에 올인했는데도 예상보다 모인 돈은 적었다...기 보다 매매가가 너무 높았다.


크게 비빌 언덕도 없는 우리는 결국 은행에서 답을 찾았고, 집값의 70%에 달하는 돈을 대출받았다. 돌이켜보면 억소리 나는 돈을 어쩜 그리 쉽게 빌렸나, 싶지만 그 때 내 집 마련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거의 광기에 가까웠.     


어렵사리 신혼집을 매매 한 뒤 한동안은 아주 행복했다. 신혼이라 즐거웠고 또 집값이 뛰어서 흐뭇했다. 매매 후 1년간 부동산은 빠르게 올랐고 우리 아파트는 무려 1억 5천만 원이 뛰었다. 내 자산의 가치가 뛰었다는 건 그 자체로 아주 짜릿한 일이었다.     


뉴시스


하지만. . .

아쉽게도 자산이 주는 행복은 짧게 끝났다.

그러부터 또 1년 뒤, 지독한 하락장이 시작됐기 때문.

오른 속도보단 더뎠지만 집값은 꾸준하게 덜어져 우리 부부를 또 조바심 나게 만들었고,

그 즈음 나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일까지 관두게 됐다.     


맞벌이하며 갚아왔던 대출금을 이제는 남편 외벌이로 채워야 하며, 가족 구성원은 둘에서 셋으로 늘어난 상황. 이 말인 즉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었으며, 자산의 가치는 하락 중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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