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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ofpearl Feb 18. 2017

역류성 식도염은 '재직증명서'

너도? 나도! 역류성식도염은 왜 우리를 괴롭히는가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한 지 벌써 5개월 째다. 작년 늦가을부터인가 역류하기 시작한 위액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포털에서 '역류성식도염'을 검색하면 양배추즙이나 양배추환 광고 글이 대부분인 것을 보고 개탄에 빠져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먹고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 먹는게 행복하다'던 생활 신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역류성식도염에 걸리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목에 뭔가 걸린듯한 느낌이 들어서 자주 트림을 하게 된다.  심할 경우 식도가 따가워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여 발생하는 식도의 염증으로 일반적으로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여러 불편감을 총칭하여 일컫는다'


우선 역류성식도염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한다. 상태가 어떤지 체크해야 하므로 내과에서 내시경을 받아봐야 한다. 나의 경우,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밴드가 헐거워지면서 위액이 역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 심한 경우 식도나 위에 염증이 있을 수 있으니 내시경은 필수다.


역류성식도염 환자들에게 의사 선생님이나 약사들이 '커피나 술, 튀긴 음식 먹지마세요' 라고 할 거다. 흔히 몸이 아프고 약을 처방받으면 듣는 말들이다. 근데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다면 이 말을 절대 흘려들으면 안된다. 먹고 싶은 것 다먹고서는 절대 나을 수 없는 병이 역류성 식도염이다. 새벽에 출근해서 아침, 점심에 꼭 커피를 두잔씩 마시던 커피중독자인 나에게 커피를 끊게 만든 1등 공신이 '역류성식도염'이었다. 정말 못 끊겠다면 적어도 공복에 커피마시는 무모한 짓이라도 멈춰야 한다.

커피 대신 오렌지주스 먹는 무모한 짓 하지마시길..

다시 강조하지만 빨리 낫고 싶다면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고, 커피와 술과 담배와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한다. 잠들기 두시간 전에는 최소 한 음식을 먹지 말고, 먹고 바로 눕지도 말자. 역류성 식도염이 무서운 건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이 조금만 삐끗해도 금방 재발한다는 거다. 처음 걸렸을 때 커피를 두잔 마시다 한잔으로 줄였다가 나아진다 싶어서 밀가루 음식을 하나둘 먹기 시작했더니, 더 심한 역류성식도염이 왔다. 끔찍했다.


양배추 즙이 위에 좋다던데 이런 말은 수백번 들었지만 일단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지는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나눠준 역류질환 권장식단표 내용을 참고 삼아 '안전한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구분해보겠다.


* 안전한 음식 : 사과, 말린사과, 딸기, 아보카도, 메론, 바나나, 배, 망고 / 구운감자,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강낭콩, 완두콩 / 소 옆구리살을 엷게 썰어 구운 스테이크, 지방 없는 생선, 계란 흰자, 닭가슴살, 계란대체품 / 페타치즈 또는 고트치즈, 무지방 크림치즈, 저지방 소이치즈 / 잡곡 또는 흰 곡물로 만든 빵, 프레첼, 옥수수빵, 통밀크래커, 씨리얼, 오트밀, 현미 또는 백미, 쌀과자, 미네랄워터, 저지방 샐러드 드레싱, 올리브 오일, 호박씨, 해바라기씨, 참깨, 아몬드, 호박씨 / 무지방 쿠키, 젤리빈, 붉은 감초, 구운 감자칩


** 피해야 할 음식 : 오렌지주스, 레모네이드, 자몽주스, 크렌베리주스, 레몬, 토마토 / 생양파, 감자튀김 / 차돌박이 등심, 닭날개 튀김, 치킨너겟 / 사워크림, 밀크쉐이크, 아이스크림 / 체다치즈, 코티지, 고다치즈, 모짜렐라치즈, 파마산치즈 / 마카로니와 치즈, 소스 있는 스파게티 / 증류주, 와인, 디파케인 또는 일반커피, 디카페인 또는 일반 차, 에너지드링크 / 크림 오일 식초가 많이 들어간 샐러드 드레싱, 케찹, 마요네즈 / 고지방 버터쿠키, 브라우니, 초콜렛, 팝콘, 도넛, 옥수수칩, 일반감자칩



체중 관리와 운동도 중요하다. 살이 찐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역류성식도염이기도 하다. 특히 임산부들이 많이 걸리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내 경우 소화가 안되서 밥먹는 양을 평소의 2분의 1(심할 때), 괜찮아 진 후에는 3분의 2 정도로 줄였다. 그랬더니 살도 3~4kg 정도 빠졌다. 빵이나 파스타 피자 등 소화가 잘 안되는 밀가루 음식을 멀리한 덕분이기도 했다. 속이 더부룩할 땐 저녁을 먹지 않고 공원을 걸었다. 걸으면 확실히 한결 낫다. 그리고 몸을 조이는 옷도 피해야 한다. 나는 바지가 딱 맞는 스키니 밖에 없어서 아예 한치수 큰 바지를 샀다.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도록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다. 역류성 식도염의 주요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특히 20대나 30대, 직장 초년병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고 회사 업무에 익숙해지고, 스트레스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최근 업무 스트레스로 장염에 걸려서 다시 역류성 식도염이 도졌다. 다시 부지런히 약먹고, 또 음식 조절을 해야한다. 재발이 쉽고 낫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방법은 음식을 잘 챙겨먹는 것 밖에 없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면서 깨달은 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은 몸에 좋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 배달음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먹는 습관을 정말 고쳐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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