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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유 Sep 22. 2022

자전거라는 세계

#00 프롤로그, 따릉이와 로드 사이에서


자전거를 탄다. ‘자주’보다는 적고 ‘가끔’보다는 많은 정도로. 그러니까 표현하자면 ‘적당히’가 적당(!)하겠다. 그런 내가 자전거 이야기를 쓴다.


자전거 관련 일을 하는 회사에 입사해 1년 5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스트라이다(Strida)에서 *리브 어베일(Liv Avail)을 거쳐 ‘은교'라고 이름을 붙인 로드 자전거를 탔다. 회사에서는 기어비도 이해 못 하는 초보였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빕을 입고 로드 자전거를 탄다는 이유로  ‘자덕’이 다 되었다고 했다.


중간이 없는 세계의 이야기였다. '핸들바가 구부러져 있는 자전거' 하나만으로 자전거에 빠져 사는 사람이 되었다. 실제 ‘자덕'이라고 불리는 자전거를 몇 년씩 탄 사람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따릉이를 가끔 타던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구부러진 핸들바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타는 사람이라고.


구부러진 핸들바의 자전거, 흔히 로드 자전거라고 불리는 그것을 탈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절대'라는 것은 깨어지라고 있는 법. 자전거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로드 자전거를 탔고, 쫄쫄이라 부르던 빕과 져지도 입었다. 그런 모습에 이전부터 알았던 지인들에게 ‘그쪽 세계' 란 이야기가 나왔다. 그쪽 세계라니. 아이돌, 마블에 이어지는 자전거 세계관이 있단 말인가. 딱히 어떤 세계에 속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모르는 세계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다.


묘한 오기가 생겨 내가 있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아내고자 부지런히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로 남산을 올랐고, 출퇴근을 했고, 춘천에서 서울까지 오기도 했고, 100km 거리를 달리기도 했다. 따릉이로 7km 달려 땀에 절어 출근한  '다시는  ' 외쳤던 과거와 달리 왕복 48km의 거리를 출퇴근 할 수 있게 되기까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날은 힘들었고, 어떤 날은 울고 싶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순간에도 부담이 찾아왔다. 그런데도 계속 안장 위에 올랐다. 힘든 시간을 비집고 들어오던 감동, 어느 날 알게 된 그 순간에 반해서 페달을 계속 굴렸다. 안장 위에서 바라보는 세계의 특별함을 알게 되었다.


자전거 회사를 그만두고 ‘배워야 한다’,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들어 낸 세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여전히 자전거를 모르고, 당연히 자덕은 되지 못했다. 그저 설렁설렁 '적당히' 탄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몸에 남은 경험들이 순간순간 떠오른다. 부지런히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쪽 세계도, 이쪽 세계도 아닌 자전거를 타는 각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두고 이쪽과 저쪽으로 나누어진 세계를 좁혀보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식의 얕음과 조그만 경험이 부풀어져 허세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처음 탈 때의  추억이, 타지 않는 이에겐 한번 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라쳇 소리*와 바람이 빚어내는 감각을 느끼며 각자의 세계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페달을 굴려봤으면 한다.


여전히 나는 따릉따릉 운다. 자전거 세계 안에서.



*스트라이다(Strida) : 영국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인 마크 샌더스가 제작한 벨트 구동형 접이식 자전거이다. 삼각형 모양의 형태가 독특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리브 어베일(Liv Avail) : 대만의 자전거 브랜드 자이언트(Gient)에서 여성을 타겟으로 만든 브랜드 리브. 어베일은 여성 입문용 자전거로 작은 키를 고려한 자전거 사이즈와 추가 보조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라쳇소리(Ratchet sound) : 페달링을 하다 멈추면 자전거 휠셋이 돌면서 내는 소리. 자전거마다 조금씩 달라서 매미를 닮은 듯 크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얌전하게 나는 경우도 있다.


**잘못 설명한 내용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알못입니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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