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는 말을 내 인생에서 끝내는 기술
“시간이 없어서….”
지난 27년간, 수십억짜리 프로젝트 현장에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데이터 더미 앞에서도, 그리고 생사를 오가던 병상에서도, 저는 이 말을 방패처럼 사용했습니다. 어쩌면 실패가 두려워 내뱉었던, 저 자신을 향한 가장 비겁한 핑계였을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실을, 저는 너무나 아프게 깨달아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병상, 암 수술과 뇌막염, 회사의 부도와 워크아웃…. 제 삶에는 ‘멈추면 그대로 끝’인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울 수도, 먼 미래를 약속할 수도 없던 그 벼랑 끝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단 하나였습니다.
“딱 15분만 해보자.”
결과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멈춰버린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은 ‘일단 손을 대는 것’이라는 지극히 작은 행위였습니다. 겨우 15분의 시간이 꺼져가던 제 삶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로 수십 개 현장을 지휘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수백 페이지짜리 완벽한 계획서가 아니라, 첫 삽을 뜨는 그 작은 행동 하나가 프로젝트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요.
표지에 이름만 써두고 며칠째 미루던 보고서, 막막함에 차마 열어보지 못했던 데이터 파일,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중요한 업무 메일…
이 모든 두려움의 벽 앞에서, 저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오늘은 딱 15분만.”
이 단순한 습관 하나가 아수라장이던 현장을, 위태롭던 커리어를, 그리고 암 투병이라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오게 한 가장 현실적인 동력이었습니다. 15분은 거대한 관성을 깨뜨리는 최소한의 힘, 습관화를 위한 가장 정직한 마중물이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진 않았습니다. 15분 동안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끝난 날도 많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15분의 시도가 쌓이자 어느 순간 두려움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체득한 ‘일단 시작’의 기술입니다.
1. 코끼리를 한 입 크기로, ‘작게 쪼갠다’ 거대한 과업이라는 코끼리 앞에서 압도당하지 마십시오. 15분이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는 ‘한 입 크기’로 나누는 겁니다. PowerPoint 템플릿만 열어두기, 데이터 칼럼 딱 하나만 정리하기, 이메일 제목과 첫인사만 미리 써놓기.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2. 결과가 아닌 ‘첫 발자국’을 남긴다 완벽한 첫 문장을 쓰려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즉시, 무조건, 첫 줄부터 적고 보는 겁니다. 결과물이 아닌 ‘시작했다는 흔적’에 집중하면 부담감이 사라집니다. 그 어설픈 첫 발자국이 다음 걸음을 위한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겁니다.
3. ‘멈출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15분만 했다면, 언제든 멈춰도 괜찮다”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주십시오. ‘계속할지 말지’는 오직 그 15분이 끝난 뒤에 결정하는 겁니다. 놀랍게도 70% 이상의 경우, 뇌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당신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게 될 겁니다. “어? 조금만 더 해볼까?”
AI, 데이터, 디지털… 세상은 거대한 변화를 말하며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변화의 파도 앞에서 단 하나만을 믿습니다. 어떤 일이든 ‘일단 15분’을 투자하는 나의 작은 습관을요. 이것만이 저에게 ‘진짜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시간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정말 없는 것은 시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은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시작을 가로막는 미루기의 관성일 겁니다.
일단 15분.
오늘, 당신의 인생에 그저 작은 점 하나를 찍어보십시오. 그 작은 불씨가 내일 당신의 삶을 거대한 불꽃으로 피워낼 수 있기를, 27년의 현장에서 100번의 재출발 끝에 다시 일상을 세우고 있는 제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속에 메모 : 15분이 된다면 꾸준한 반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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