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빠빠빠'가 삭제된 이유
편견 깨부수기 수집함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저마다 편견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그 너머의 무궁한 가능성을 놓치며 산다.
이 연재는 내가 세운 견고한 벽 때문에 무심코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붙잡아보려는 기록이다.
숨어서 듣는 노래, 일명 ‘숨듣명’.
우리는 아이돌 노래를 들을 때 아무도 모르게, 혼자 숨어서 듣곤 한다.
유난히 튀는 경쾌한 비트와 난해한 가사를 즐기는 일을 왜인지 모르게 부끄러워한다.
만원 지하철 출근길, 귀에 꽂은 이어폰 속 음악은 지친 삶에 희망을 속삭이고, 우리는 그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온전히 나를 위한 숭고하고 소중한 이 시간마저도, 혹여나 이어폰 밖으로 아이돌 노래가 새어 나갈까 봐 볼륨을 낮춘 채 몰래 숨죽여 듣는다.
이런 이해 못 할 행동의 역사는 꽤 유구하다.
비단 어른이 된 지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창 시절, 친구에게 MP3를 빌려주기 전, 빛의 속도로 나만의 숨듣곡을 지우고 졸음이 쏟아지는 지루한 혀꼬부랑 노래를 채워 넣던 긴박한 순간.
행여 남들이 볼까 집에서는 사회를 비판하는 아이돌 노래를 듣다가도, 밖에 나가기 전에 플레이리스트를 싹 바꿔 넣던 기억.
괜히 팝송이나 클래식, 정통 발라드처럼 소위 말하는 '있어 보이는' 노래들로 채운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품고 있을 것이다.
아이돌 노래를 듣는 게 왜 이토록 부끄러워야 하고, 숨겨야 하는지 우리는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
그저 신나게 알록달록한 헬멧을 쓰고 직렬 5기통 춤을 추면 될 일을, 우리는 왜 망설이고 주저하는 걸까.
헬멧 속에 가려진 건 아이돌의 얼굴이 아니라,
즐거움을 즐거움이라 말하지 못했던 나의 옹졸한 편견이었다.
남들을 의식하느라 인생의 큰 즐거움인 음악 감상마저도 ‘있어 보이는 것들’로 골라 듣고,
정작 진짜 좋아하는 노래는 숨어서 듣는 일.
이런 편견과 의식은 나를 사회에서 단단하게 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분명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내 음악 취향이 타인의 시선에 검열당하는 순간, 나의 세계는 그만큼 좁아져 있었다.
떳떳하게 '이러쿵저러쿵'과, '빠빠빠'를 들으며
직렬 5기통 댄스를 추듯 즐겁게 사는 것.
그게 어쩌면 솔직한 행복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일 아닐까.
음악의 깊이는 장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 깊이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렇게 또 하나의 편견을 해소하고, 숨겨져 있던 가능성에 다가간다.
나의 세계가 오늘, 한 뼘 더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