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이 내게 준 건 기적이 아니라 기절이었다

남의 시계를 부수고 찾은 나의 해방일지

by 마트료시카


편견 깨부수기 수집함 두 번째 이야기.


우리는 저마다 편견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그 너머의 무궁한 가능성을 놓치며 산다.
이 연재는 내가 세운 견고한 벽 때문에 무심코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붙잡아보려는 기록이다.

​세상이 '미라클 모닝'과 '아침형 인간'으로 떠들썩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새벽 5시에 눈을 뜬다고들 한다.
성공? 미라클? 그 달콤한 단어에 혹한 나도 가만있을 순 없었다.

나의 시간을 완벽히 통제하는 자만이 인생의 주도권을 쥔다는 그럴싸한 논리에 홀려,

이러한 열풍에 편승하고자 갓생 열차에 급히 몸을 실었다.


​요란한 알림음이 밤하늘의 천둥소리 마냥 고요함을 가르면 반사적으로 짜증이 훅 솟구친다.

하지만 이내 전날 내가 계획하여 알람을 맞추고 누운 기억을 되짚어낸다.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와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양가의 감정이 잠시 나를 이불속에 묶어두다가,

어둠 속에서 이성이 또렷해질 때쯤, 그래도 한번 해보자란 결심으로 억지로 몸을 끄집어낸다.


​해가 없어 가로등에 의지해야 하는 새벽,

운동장은 밤잠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어 뜨겁게 달궈져 있다.

한 줄 걷기 하는 대열에 몸을 끼우고 열정적이고 날샌 발걸음들에 맞춰 나도 같이 원을 그린다.

태양을 향해 쉼 없이 궤도를 그리는 발걸음들 사이로, 마치 행성처럼 같은 궤적을 돌던 얼굴들이 여명 속에 하나둘 선명해질 때쯤,

드디어 내 시간을 완벽히 통제했다는 정복감에 취해

"오운완! 미라클 모닝!"을 외치며 상쾌하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상쾌함은 찰나였다.
집 안의 뜨끈한 온기가 뺨에 닿는 순간,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이 2만 원으로 느껴진다.

내 몸을 억누르는 게 승객들인지 피로감인지 구분이 안 간다.
회사에서도 종일 졸려움이 온몸을 짓누른다.

내 기분을 다운시키는 게 상사인지, 노곤함인지 헷갈린다.

심지어 점심을 먹는 입맛까지도 그 기운에 눌려 드러누워버린다.
하루 종일 티비 광고에서 봤던 우루사 곰 한 마리를 업고 다니는 기분이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이 어느새 3만 원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이미 오랜 시간 길들여진 각자만의 고유한 생활 리듬을 가지고 있다.
남의 시계에 이것을 억지로 맞추느라 정작 가장 빛나야 할 일상을 졸음 속에서 허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낭비다.

타인이 감아놓은 팽팽한 시계태엽 보단,
내가 직접 길들여 온 나만의 생체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템포이자 진정한 미라클이다.


억지로 눈을 뜨던 새벽 대신, 충분한 숙면 뒤에 맞이하는 아침의 맑은 정신이 오늘따라 유독 달콤하다.

​이렇게 또 하나의 편견을 해소하고, 숨겨져 있던 가능성에 다가간다.

​나의 세계가 오늘, 한 뼘 더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