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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May 24. 2022

로런 해더웨이의 <더 노비스>

[출처] 영화사 진진에서 공개한 스페셜 포스터



영화 <더 노비스> 는,

로런 해더웨이 감독의 데뷔작으로, 대학 내 조정부에 가입한 신입생 '알렉스'의 이야기를 다룬 스포츠 스릴러 영화입니다. <위플래쉬>의 사운드 에디터로 참여하는 등 유수의 작품에서 사운드 제작진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주목 받고 있는 로런 해더웨이의 데뷔작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의 흐름과 호흡을 이끌어 갈 주인공 '알렉스' 역할은 영화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이사벨 퍼만이 맡았습니다. 영화는 5월 25일 개봉 예정으로, 저는 지난 13일 금요일에 무비고어 이벤트 시사회에 당첨되어 씨네큐브에서 관람 후 짧은 리뷰를 남깁니다.


시놉시스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는데··· 네 미친 짓으로 최고를 증명해 봐!




* 아래의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다음 영화 <더 노비스>



비가 내려도 멈추지마, 하지만 번개가 치면 곧장 들어와!


우천 시에도 훈련은 계속되지만, 번개가 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멀리서 하늘이 번쩍이는 것만 보여도 바로 철수하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선은 다 하되 죽기 살기로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다 푼 시험지를 몇 번이고 다시 보고 풀어보는 알렉스에게는 통하지 않는 원칙이 되었다. 그녀가 물리학으로 전공을 선택한 이유도, 조정에 있어 경기 기록을 단축하려는 것도, 팀 내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도. 결국 모든 것은 어느 순간 본인의 한계에 대한 인정과 성장, 극복의 서사에서 벗어났다. 알렉스에게는 완벽과 강박이 광기 어린 욕망으로 자리 잡았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혼자만의 외롭고 괴로운 싸움이 이어진다. 그때부터는 알렉스의 거칠고 가빠지는 호흡을 따라가며, 함께 숨이 거칠어지다 못해 숨을 참게 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과연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훈련이고 삶인지 차마 묻고 답할 수 없이, 그저 알렉스의 위태로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위태로움은 개인 조정 경기가 있던 밤이 되자, 극에 달한다. 알렉스는 굵은 비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를 젓는다. 하늘이 계속해서 번쩍거리는 데도 멈추지 않는다. 물 위에서 노를 젓는 알렉스에게서 (다음 스텝을 위한) 쉼, 멈춤, 휴식이란 관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완주 하나를 바라보고 경기에 미쳐 있다. 문득 봄 방학 내내 부족한 경기력을 보충하고자 새벽마다 창고 열쇠를 받겠다고 문 앞에서 코치님을 기다리고, 연습이 끝나는 대로 허겁지겁 차에 타 학교로 가던 알렉스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성장이 곧 목표 같던 알렉스의 모습이다. 그때의 모습이 그리울 만큼 번개 치던 밤의 알렉스는 누군가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경기에 미쳐있었고, 하나둘씩 경기를 포기하는 와중에도 알렉스는 쉼 없이 노를 저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독주가 이어진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한 알렉스는 배 위에서 털썩 드러눕고, 온몸에 한껏 들어간 긴장을 푼다. 누가 뭐라 해도 알렉스 본인에게 꼭 필요한 경기이자, 해내고 싶은 완주였던 걸까. 위험 속 독주로 마무리된 경기를 마치고 알렉스는 가지런히 놓인 신발을 휙 집어 들고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간의 시간 동안 깊게 자리 잡은 자해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상의를 탈의한 채로 걸음을 옮긴 곳은 함께 경기한 팀원들과 코치들 사이. 모두가 자신만을 바라보는 곳에서, 알렉스는 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린다. 알렉스의 해방일까. 이 모든 게 꿈은 아닐까.





우리는 결국 노비스(Novice)


'다리-몸통-팔-팔-몸통-다리'를 읊조리는 알렉스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친구와의 대화 중에도 끝없이 이를 되뇐다. 짧은 호흡으로 반복되는 알렉스의 목소리를 따라, 관객인 나도 함께 '다리-몸통-팔-팔-몸통-다리'를 읊조리며 그녀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이 몰입은 단순히 극 중 인물인 알렉스에 대한 몰입을 넘어서 알렉스가 처한 상황과 그녀의 세계로의 몰입을 말한다. 감정이입을 넘어서 알렉스와 함께 숨통이 조여옴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거랄까. 귓가에서 멀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윙윙 맴도는 중얼거림이나,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자극들. 그것들이 이사벨 퍼만의 흔들리는 눈동자나 격동적인 신체 움직임, 그만큼의 거친 호흡과 흐르는 땀과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들과 더해져 영화 내내 알렉스의 심리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영화에 한창 빠져 있을 무렵, 알렉스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조정부 신입생을 일컫는 말이자, 선배들과 코치들이 알렉스와 알렉스의 동급생 '제이미'를 향해 말하는 '노비스'(Novice). 노비스는 초보자를 뜻하면서도 그들이 학생 선수인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단어다. 노비스인 알렉스에게 좀 더 천천히 갈 수는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알렉스에게는 이 단어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대표팀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계급 딱지 같은 거였을까? 대표팀과 상관없이 실력 부족을 증명하는 단어로 다가왔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알렉스를 보면 마치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오늘에 미쳐 있는 사람이다. 부당한 경기 결과를 받고 분노를 느낀 알렉스에게 한 선배가 말한다. * (결국) 저 사람들과 계속 한 배를 타야 한다. 장담하는데 이건 큰일이 아니다. 이처럼 알렉스의 광기 어린 질주를 제지하는 주변인들의 대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알렉스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다. 제이미와 달리 장학금도 필요하지 않았던 알렉스가 최고의 기록, 더 높은 자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도록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노비스, 즉 학생 선수임을 잊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더 오래, 더 길게, 더 멀리 바라보고 달릴 수 없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짧게 옮긴 선배의 대사입니다. 정확하게 옮기지 못하여 대사의 맥락만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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