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너에게
-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리뷰-
바리스타로서 일하는 카페,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 남자친구 ‘토마스’의 옆에서 함께 하는 날들.
그 사사로운 모든 일상은 시그네에게 전부 따분한 무언가일 뿐이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시그네의 동공은 흔들리고, 머릿속은 정신없이 바삐 돌아간다.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과 세상을 상상한다.
남자친구를 포함하여 온 세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한 황당무계한 계획과 상상들로 가득 차있다.
그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것들이 시그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면 참 좋았으련만. 그것들은 기어코 그녀의 입 밖으로, 또 행동으로 세상 밖에 나온다.
그럴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오고 미간이 찌푸려지며, 시그네가 가만히 자신의 고독 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부터 시그네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시그네다.
미운 이유를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기 내면과 마주하려 하지 않고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들을 반복한다는 것이고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런 모습들이 내게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예로 새해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미워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시그네 스스로 그 행동을 멈추고 싶어도 멈추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에 안쓰러움이 밀려든다.
시그네 보고 있어?
우리 같이, 나 자신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시그네!
나(A)와 내 안의 나(B)가 있다고 할 때,
그 둘이 대화 나눌 수 있도록 잠시만 시간을 주자.
그리고 그 시간을 천천히 늘려 가보자.
A가 B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고 무관심하다면, 시그네가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갈구했던 것처럼, B는 본인의 목소리를 잃고, A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원할 수 있어. 점점 더 B와 A는 멀어지고, B는 진심을 숨기고 다른 마음을 먹겠지. 점점 더 본질은 흐려지고, 길을 잃은 채 방황하며 마음에 이는 요란한 소음에 정신없어하겠지!
그럴수록 고독 속으로 더 들어가 보자 시그네!
내가 나의 내면과 마주하려 하지 않고, 마음이 원하는 것을 헷갈린 채로 바깥세상으로부터 관심을 갈구할 때. 그 아슬아슬한 여정을 ‘시그네’라고 부르면 될까. 혹시나 나에게서 그런 마음이 생긴다면 게시물 끝자락에 이런 해시태그를 붙일게! #시그네 (해시태그 시그네) 해시태그 시그네는 최대한 줄여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