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능력 + 조직이해능력 CC.4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기술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로 일의 구조를 다시 짤 줄 아는 사람’이 주도하는 시대다.
“이걸 왜 굳이 손으로 하나요? 자동화 스크립트 하나면 끝인데요.”
입사한 지 3개월 차인 신입 사원 민수는, 사무실 한구석에서 Excel 매크로를 능숙하게 다루며 팀의 자료 취합 과정을 몇 시간 단축시켰다. 업무 방식의 변화는 분명 놀라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팀장은 그의 작업 결과를 좀체 신뢰하지 않았다. “일은 빠른데, 보고하면 늘 다시 하게 돼요.”라는 동료의 말에선 민수의 기술력이 오히려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의 문제는 ‘툴’ 자체가 아니었다. ‘툴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었던 것이다. 민수는 기술은 빠르게 익혔지만, 그 기술이 이 조직에서, 이 업무에서,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 내고 있었다.
팀에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기획회의를 열고, 각 부서에서 올라온 정량 보고서를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조율했다. 그런데 민수가 자동화한 보고서는 조직이 수년간 유지해온 특정 서식 구조를 무시하고 있었다. 수치가 맞고 시각화도 잘 되어 있었지만, 팀장이 보고서를 한눈에 ‘읽고 해석’하는 흐름은 끊어져 있었다. 결국 민수가 제출한 자료는 다시 원래 방식대로 수정되었고, 그는 "왜 자동화가 배척받는지" 의아해했다.
그의 오류는 단순했다. 기술을 업무의 구조 속에서 작동하게 하지 못한 것. 최신 툴의 사용법은 알았지만, 조직 흐름을 읽고 기술을 녹여내는 능력은 아직 없었던 것이다.
한편, 팀장의 입장에서 보면 더 분명해진다.
기술이란 단순한 효율이 아니라 조직 내 이해관계와 흐름을 보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누구나 기술을 배울 수는 있지만, 조직 속에서 그 기술을 ‘쓰임 있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현업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된다.
"최신 툴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보고는 누락되고, 실무에선 허둥댄다."
"자동화는 빠르지만, 협업에선 방해된다."
"기술은 많지만, 일은 복잡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기술능력만으로는 실무를 리드할 수 없다. 기술은 ‘조직 이해능력’과 결합될 때 비로소 강력해진다.
민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능이나 코드가 아니었다.
그는 기술을 사용하는 조직의 리듬, 흐름, 사람들의 판단 방식을 읽을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기술과 조직 이해는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까?
기술은 어떻게 실무 맥락에 맞게 설계되어야 할까?
그리고 이 과정을 AI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제, 그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보자.
민수가 자동화한 보고서는 겉보기에 완벽했다.
필터 기능을 통해 수치를 추출했고, 트렌드를 그래프로 시각화했으며, 클라이언트별 실적 분석까지 매크로 버튼 하나로 구현했다. 하지만 정작 팀장은 보고서를 받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이건 누굴 위한 보고서지?”
문제는 ‘누가, 무엇을 위해 이 데이터를 보는가?’라는 관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술은 잘 작동했지만, 맥락 위에 올라타지 못한 기술은 실무에서 엇박자가 된다.
모든 조직은 자신만의 ‘업무 리듬’을 갖고 있다.
보고서는 단지 데이터를 나열하는 문서가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흐름을 담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맥락이 포함된다.
보고의 순서: 상사는 늘 특정 항목부터 먼저 확인한다.
시선의 흐름: 어떤 데이터를 강조하고, 어떤 부분은 축소하는가?
전례와 비교: 수치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작년 대비’는 꼭 들어가야 한다.
결정의 배경: 보고서는 의사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민수는 이 구조를 무시했다. 아니,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익숙했지만, 데이터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의미’로 전환되는지를 보지 못했다.
결국, 그가 만든 보고서는 팀장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회의 자료로서도 기능하지 못했다.
실제로, 실무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있다.
A사는 CRM 도입 후 고객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지만, 영업팀이 기존 메모 방식을 고수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B사는 자동화된 청구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거래처가 기존 종이 영수증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불편이 증가했다.
C사는 생산 계획 자동화 툴을 도입했지만, 공장 현장 리더의 근무 감각과 충돌해 납기 오류가 더 많아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적용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문제다.
툴은 계속 바뀌지만, 사람들이 일하는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술은 현재의 맥락을 읽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민수처럼 최신 도구에 능숙한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기술을 실무에 투입할 땐 ‘적용력’과 ‘맥락 해석력’이 필수다.
기술력은 ‘이 도구로 무엇이 가능한가’를 안다.
하지만 실무력은 ‘이 조직에서 지금 이 상황에 이 도구가 맞는가’를 판단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조직 이해능력’이다.
조직의 규칙, 흐름, 리더십 구조, 문서의 뉘앙스까지 읽는 능력.
기술은 조직의 고유한 문화와 맞닿을 때 진짜 ‘업무 자동화’가 된다.
민수는 결국 팀장과 몇 차례의 피드백을 주고받은 끝에
보고서 자동화 툴을 다시 설계했다.
단순히 더 예쁜 그래프나 더 정교한 수식이 아니라,
보고 흐름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전에는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1. 엑셀 데이터를 정리하고,
2. 실적과 예산을 비교한 뒤,
3. 파워포인트로 요약본을 만들고,
4. 각 부서에서 개별 보고서를 모아
5. 최종 발표자료로 편집해야 했다.
민수는 이 과정을 통으로 재설계했다.
각 부서에서 입력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통합하고,
정해진 템플릿에 맞춰 자동 요약이 되도록 했다.
팀장이 확인하고 싶은 순서대로 시트가 정렬됐고,
최종 발표자료 역시 클릭 한 번이면 업데이트되었다.
이제 팀원들은 더 이상 자료 병합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데이터 해석과 전략 수립에 집중하게 되었다.
기술은 보고서를 '자동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 작업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힘이었다.
많은 사람은 기술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엑셀, 파워포인트, 노션, 슬랙, 미로(Miro), 트렐로(Trello)...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도구들이 일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노션은 단순 메모 툴이 아니라 정보 흐름을 정리하는 구조를 제공한다.
→ 사라지기 쉬운 정보들이 ‘연결된 위키’로 남는다.
슬랙은 단순 채팅 툴이 아니라,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바꾼다.
→ 이메일보다 빠르고 맥락 있게 소통하도록 유도한다.
파이썬 기반 자동화는 단순 반복작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 사람이 ‘판단’에 집중하도록 일의 분배 구조를 설계한다.
즉, 기술은 “더 빠르게 처리하라”는 압박이 아니라,
“어떤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은 도구에 맡길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계기다.
그래서 진짜 기술능력자는
툴의 기능을 줄줄 꿰는 사람이 아니다.
툴을 통해 업무의 흐름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 과정은 왜 지금 이 순서로 하고 있지?”
“이건 정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일까?”
“여기서 실수가 자주 나는 이유는 뭘까?”
“이 데이터를 누가, 언제, 어떤 시점에서 쓰지?”
“반복되는 작업은 툴로 바꿀 수 없을까?”
이런 질문이 쌓이면
업무는 바뀌고, 조직은 효율을 얻고, 사람은 집중할 시간을 되찾는다.
이것이 기술능력의 본질이다.
기술은 결국 일을 설계하는 힘이다.
민수가 새롭게 도입한 자동화 시스템 뒤에는
단순 매크로나 공식만 있었던 게 아니다.
AI 기반 업무 도우미를 실제로 적용해보며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민수는 ‘ChatGPT’와 ‘Make.com(노코드 자동화 툴)’을 연동해
부서별 보고 항목을 기준으로 요약 초안을 자동 생성했다.
“각 부서별 금주 이슈와 다음 주 일정, 위험 요인 분석 요약”
이라는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GPT는 실무자의 입력값을 읽고 자연어로 정리해냈다.
요약된 보고는 팀장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정리되었고,
모호하거나 빠진 항목은 자동으로 ‘질문 리스트’가 붙었다.
결과적으로, 회의 시간은 줄고, 사전 준비는 촘촘해졌다.
AI는 일의 흐름을 파악하고, 빠진 정보를 알려주며,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조력자가 되었다.
기술능력의 핵심은 일의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힘이다.
그런데 AI는 그 흐름을 구성하는 수많은 정보,
즉 텍스트, 숫자, 시간, 패턴, 순서 등을
한 번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문서 자동 요약: 회의록이나 메일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
문서 비교: 이전 버전과 변경사항 자동 검출
프로세스 생성: 업무 흐름을 입력하면 단계별 체크리스트로 재구성
자동화 조건 제안: ‘조건문’을 사람이 설정하는 게 아니라,
AI가 업무 흐름에 맞는 추천 조건을 제시
실수 패턴 감지: 입력 오류나 반복되는 실수에 대한 알림 기능
이 모든 기능은 단순 ‘작업 대체’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조력자’로서 AI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엔 기술능력은
‘툴을 빨리 배우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가 발전할수록, 기술의 겉모습만 따라가는 사람은 금방 뒤처진다.
반면에, 일의 구조와 목적을 이해하고
그 위에 기술을 얹을 수 있는 사람은
AI를 ‘능력의 확대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의 기술능력이다.
즉,
AI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능력을 확장하는 프레임이다.
"툴은 아는데, 왜 실무는 잘 못 따라오지?"
이 질문은 더 이상 민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업무에서 새로운 기술은 빠르게 등장한다.
슬랙(Slack), 노션(Notion), 에어테이블(Airtable),
챗GPT, 코파일럿, RPA…
이런 기술이 무엇인지는 금방 익힐 수 있다.
하지만 그 도구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면, 단순 소비자에 머무를 뿐이다.
기술능력이란 결국 일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를 기술로 재배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기술이든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수단은 목적과 연결되어야 한다.
즉, 기술은 문제 해결의 흐름 위에 얹어져야만 살아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다음과 같다.
1. 일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2. 흐름 속에서 기술이 들어갈 지점을 판단하는 감각
3. 기술을 맹목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목적에 맞게 조율하는 판단력
이 세 가지가 바로 ‘기술능력’이다.
도구 하나 더 배우는 게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구조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앞으로 기술은 계속 더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AI는 사람보다 더 빨리 정보를 요약하고,
더 정확하게 업무 흐름을 분석하며,
때로는 사람보다 더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시할 것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무엇을'이 아니라 '왜'다.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왜 이 방식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기술도 살아난다.
기술능력이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힘이다.
기술에 빠지지 말고, 일의 본질을 먼저 살펴라.
새로운 툴을 배우기 전, 이 툴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해하라.
자동화가 아니라 구조화를 고민하라.
무엇보다, AI와 함께 설계하는 감각을 길러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기술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로 일의 구조를 다시 짤 줄 아는 사람’이 주도하는 시대다.
그 기술의 시작은, 새로운 툴이 아니라
새로운 프레임을 그릴 줄 아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