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가능성과 상담 전략 Part.4 | EP.5
상담은 이렇게 끝난다.
“당신은 무능한 게 아니다.
지금은 구조가 정렬되지 않았을 뿐이다.”
Part 1. 시대 변화와 상담 패러다임 (4회)
Part 2. 뉴커리어 경력태도 유형 이해 (5회)
Part 3. 진로성숙도와 상담 개입 전략 (5회)
Part 5. 성격·심리 특성과 상담 맞춤화 (5회)
Part 6. 상담 현장 적용 실전편 (4회)
“저는 할 만큼 했습니다.”
그 말은 항변처럼 들렸고, 동시에 체념처럼 들렸다.
학생은 조용히 노트를 펼쳤다.
빼곡하게 정리된 지원 이력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소개서 30번 수정.
자격증 4개.
인턴 1회.
대외활동 3건.
불합격 12번.
그는 숫자를 하나씩 짚으며 말했다.
“부족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상담실 공기가 잠시 멈췄다.
이 문장은 내가 수년간 수없이 들어온 문장이다.
“교수님, 저는 뭘 더 해야 하나요?”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 질문에 자동 반응한다.
더 준비하라고 말한다.
더 도전하라고 말한다.
더 버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잠시 질문을 멈춘다.
정말 더 해야 할 것이 남아 있을까?
아니면
무언가를 더하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다시 봐야 하는 문제일까.
학생은 성실했다.
과제를 미루지 않았고, 수업에도 빠지지 않았다.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진로교육 프로그램 사전·사후 점수도 올랐다.
데이터로 보면 그는 ‘향상된 집단’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미취업 상태’다.
이 간극은 무엇인가.
노력은 있었고,
행동도 있었고,
점수도 올랐다.
그런데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학생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습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취업이요.”
그 순간 나는 확신한다.
문제는 양이 아니다.
문제는 방향이다.
우리는 그동안
취업이 안 되는 청년을 보면
무언가를 덜 했다고 생각해왔다.
스펙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부족하거나,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상담실에서 마주한 이 장면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학생은
정말 부족한가?
아니면
무언가 다른 구조 안에 머물러 있는가?
‘할 만큼 했다’는 말 속에는
노력의 피로와
성과에 대한 의문과
스스로를 향한 방어가 동시에 담겨 있다.
그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자신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달려온 사람의 고백이다.
나는 그에게 더 준비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혹시,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위치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 볼 수 있을까요?”
취업이 안 되는 이유는
항상 개인의 결함일까.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한 구조가 있는 걸까.
이 회차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청년이 취업하지 못했을 때
사회는 거의 자동으로 하나의 해석을 내린다.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그렇다.”
이 문장은
가장 손쉬운 설명이자
가장 익숙한 진단이다.
스펙이 부족하다.
경험이 부족하다.
의지가 부족하다.
청년 실업 담론은
이 세 가지 언어를 반복해왔다.
그래서 취업이 안 되면
우리는 체크리스트를 펼친다.
자격증은 몇 개인가.
인턴은 했는가.
공모전 수상은 있는가.
토익 점수는 몇 점인가.
그리고 이 목록이 채워질수록
“이제는 되겠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가 분석한 진로교육 참여 집단 데이터를 보면,
프로그램 참여 이후 평균 점수는 분명히 상승했다.
진로성숙도는 높아졌고,
프로티언 경력태도 역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고용가능성 인식도 평균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런데도 취업이 되지 않은 집단이 존재한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평균이 올랐는데
왜 모두가 이동하지는 않았는가?
만약 ‘노력 부족’이 원인이라면
점수가 오른 집단은 대부분 취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점수 상승자’ 중에서도
정체된 집단이 남는다.
이 장면은
노력 중심 해석에 균열을 낸다.
우리는 취업을
선형 구조로 이해해왔다.
노력 → 역량 상승 → 취업
이 도식은 직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실제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학생은
행동을 많이 한다.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방향은 불분명하다.
어떤 학생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크다.
하지만 실행의 설계는 없다.
겉으로 보면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
그러나 내부 구조는
정착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노력은 있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경험은 있었지만
정체성이 연결되지 않는다.
행동은 있었지만
이동 구조가 설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력이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노력 부족’이라는 설명은
가장 쉬운 진단이지만
가장 구조를 보지 못하는 해석이 된다.
우리는 청년에게
더 하라고 말해왔다.
더 준비하라.
더 도전하라.
더 버텨라.
그러나 한 번은
이 질문을 바꿔야 한다.
혹시 우리는
노력을 구조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취업이 안 되는 청년을
‘덜 한 사람’으로 보지 말고
‘어디에 머물러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회차가 다루려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문제는
청년이 덜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 안에 있는가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읽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같은 처방을 반복하게 된다.
“더 해라.”
하지만 어쩌면
더가 아니라
다른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취업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의 고용가능성이
어떤 구조 속에서 형성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한다.
청년이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아니라
그들의 고용가능성이 어떤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있는가를.
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우리는 쉽게 ‘노력 부족’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연구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같은 진로교육을 받고,
같은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같은 수준의 스펙을 갖추었는데도
어떤 학생은 이동하고, 어떤 학생은 정체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구조의 배열’을 보아야 한다.
나는 취업 실패를 설명하기 위해
세 개의 구조를 연결해 보았다.
첫 번째는 뉴커리어 태도 구조다.
여기에는
자기주도성,
가치지향성,
무경계 사고방식,
조직이동선호라는 네 개의 축이 존재한다.
이 구조는 청년이
“어디에 속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두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태도는 방향일 뿐이다.
방향이 있다고 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진로성숙도다.
그리고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진로성숙도의 하위요인은
다음 세 가지다.
① 계획성
자신의 진로 방향과 직업결정을 위해
사전 준비와 계획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가.
② 독립성
진로 탐색, 준비, 선택을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③ 자기지식(자기이해)
자신의 능력, 흥미, 성격, 가치 등을
얼마나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이 세 가지는
‘열심히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진로성숙도는 행동의 양이 아니라
행동을 구성하는 기준의 구조다.
연구에서 설정한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취업지원 프로그램
→ 진로성숙도(계획성·독립성·자기지식)
→ 뉴커리어 태도
→ 고용가능성
이때 핵심은
진로성숙도가 매개 구조라는 점이다.
취업지원이 곧바로 고용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진로성숙도의 수준에 따라
태도와 실행 구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계획성은 높지만
자기지식이 낮은 경우
행동은 많지만 방향은 흔들린다.
자기지식은 높지만
독립성이 낮은 경우
자신을 이해는 하지만
결정을 미루게 된다.
독립성이 낮은 상태에서
무경계 사고가 강해지면
이동은 시도하지만
정착은 어려워진다.
이처럼 취업 실패는
단일 요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의 결과다.
따라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노력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에 머물러 있는가.
진로성숙도의 세 축
(계획성·독립성·자기지식)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배열이
뉴커리어 태도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가.
취업이 안 되는 청년은
무능한 집단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은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구조가 정렬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상담의 역할이 시작된다.
이 구조 위에서
다음 절에서는
연구 결과가 무엇을 보여주었는지
본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필자의
연구 결과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평균 상승’이었다.
진로교육 프로그램 참여 이후
진로성숙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고,
뉴커리어 경력태도 점수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고용가능성 인식 또한 높아졌다.
표면적으로 보면
프로그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평균은 전체의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개인의 궤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학생 대상 뉴커리어 경력태도 유형화 및 진로교육 프로그램 효과 분석
연구에서는
점수 비교가 아니라
유형 변화로 분석했다.
Latent Profile Analysis(LPA)와
Latent Transition Analysis(LTA)를 통해
사전–사후 유형 이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다.
사전 분포에서
정체형은 감소했고,
시민형은 증가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동시에
방랑자형은 대규모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평균은 올랐지만
모두가 이동한 것은 아니었다.
정체형은
자기주도성도 낮고,
가치 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며,
무경계 사고방식과 조직이동선호도 낮은 집단이다.
이 집단 일부는
프로그램 이후 방랑자형으로 이동했다.
또 일부는 시민형으로 이동했다.
이는
진로성숙도의 상승과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계획성과 자기지식(자기이해)이
상승한 집단에서
이동 확률이 높았다.
즉,
준비 수준이 높아질수록
태도의 구조도 변했다.
시민형은
자기주도성, 가치지향성, 무경계 사고방식이 높지만
조직이동선호는 무조건적 이동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조절되는 집단이다.
이 집단은
고용가능성 점수도 가장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시민형으로 이동한 집단의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행동을 많이 한 집단이 아니라,
진로성숙도의 세 하위요인
— 계획성, 독립성, 자기지식 —
이 비교적 균형 있게 형성된 집단이었다.
특히 독립성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이동 안정성이 높았다.
결정을 미루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구조가
태도의 안정성을 만들었다.
방랑자형은
자기주도성, 가치지향성, 무경계 사고는 낮고
조직이동선호만 높은 집단이다.
이들은
머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내부 기준은 약하다.
이동 욕구는 존재하지만
이동 설계는 부족한 상태다.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은 이렇다.
진로탐색행동은 증가했다.
프로그램 만족도도 높았다.
평균 점수도 상승했다.
그럼에도
시민형으로 이동하지 못한 집단이 존재했다.
왜인가.
진로성숙도의 세 하위요인 중
독립성이 충분히 구조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은 세우지만
외부 기대에 쉽게 흔들리고,
자기지식은 있지만
결정 기준으로 통합되지 않았다.
이 집단은
무능하지 않다.
‘열심히 하는 청년’이다.
그러나 ‘정렬되지 않은 청년’이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나온다.
취업이 안 되는 청년은
능력이 부족한 집단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은
방랑자형 구조에 머무는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이동 의지는 있다.
변화를 원한다.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적 기준이 약하다.
계획성은 부분적이고,
자기지식은 분절적이며,
독립성은 불안정하다.
이 상태에서는
고용가능성이 완전히 상승하지 않는다.
고용가능성은
태도 점수의 합이 아니라
구조의 정렬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평균을 본다.
대학은 취업률을 본다.
프로그램은 사전–사후 점수를 본다.
그러나 상담은
이동을 보아야 한다.
누가 이동했고,
누가 머물렀으며,
왜 머물렀는가.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변화는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구조의 배열에서 나타났다.
이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시장 구조 문제인가,
심리 구조 문제인가,
교육 구조 문제인가.
다음 절에서는
이 정체를 설명하는
‘다섯 겹의 구조’를 풀어보게 된다.
여기서 질문은 다시 바뀐다.
왜 방랑자형은 머무르는가.
왜 평균은 올랐는데 이동은 제한적인가.
답은 단층 구조가 아니다.
취업 실패는
한 겹의 문제가 아니라
겹쳐진 다섯 개의 구조 문제다.
기업은 더 이상 잠재력을 기다리지 않는다.
“배우면서 성장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은
이제 설득력이 약하다.
AI 도입, 조직 슬림화,
프로젝트 단위 채용 확산.
기업은 ‘가능성’보다
‘즉시 작동 가능한 역량’을 요구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형성되는 역량은
대체로 장기적 성장 구조다.
이 간극은
방랑자형에게 치명적이다.
이동 의지는 있지만
시장에 신호로 변환되지 않는다.
학생은 말한다.
“저는 열심히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다.
자격증, 공모전, 대외활동, 인턴.
그러나 이 경험들은
하나의 서사로 통합되지 않는다.
역량은 존재하지만
‘구조화된 신호’로 전달되지 않는다.
기업은
경험의 개수를 보지 않는다.
경험의 정렬을 본다.
이 정렬 실패는
방랑자형을 유지시키는 외부 요인이다.
필자의 연구에서 확인된 핵심 지점은 이것이었다.
진로성숙도의 세 하위요인
— 계획성, 자기지식, 독립성 —
이 중 독립성은 단순 상승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독립성이 일정 수준 이상 구조화되지 않으면
시민형으로의 이동 안정성이 낮았다.
계획은 세운다.
정보도 찾는다.
자기이해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결정의 기준이 스스로에게 고정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행동은 증가하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방랑자형은
조직이동선호가 높다.
머물고 싶지 않다.
기회가 있으면 옮기고 싶다.
그러나
자기주도성, 가치지향성, 무경계 사고는 낮다.
이동은 욕구 차원에 머물고
설계로 발전하지 않는다.
경계를 넘고 싶지만
정체성은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되는 패턴이 생긴다.
지원 → 불합격 → 방향 수정 → 재지원 → 불합격.
움직이고 있지만
전이하지 않는다.
마지막 겹은
상담 구조다.
우리는 학생에게 묻는다.
“무엇을 더 했나요?”
“경험은 충분한가요?”
“자격증은 몇 개인가요?”
그러나 유형을 묻지 않는다.
이 학생은
정체형인가.
방랑자형인가.
시민형인가.
점수는 보지만
구조는 보지 않는다.
그 결과
노력은 증가하지만
전이는 설계되지 않는다.
노동시장, 대학, 심리, 태도, 상담.
이 다섯 겹이 겹쳐질 때
방랑자형은 머무른다.
취업 실패는
능력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 속 정체 상태일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무엇을 더 해야 하나요?”가 아니라
“어떤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까?”다.
이 지점에서
상담의 역할은 달라진다.
점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재배열하는 것이다.
다음 장면에서는
그 재배열이 실제 상담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학생은 의자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표정은 단정했지만, 어딘가 지친 기색이 묻어 있었다.
“교수님, 저는 할 만큼 했습니다.”
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자기소개서 30번 수정.
자격증 4개.
인턴 1회.
면접 탈락 12번.
그는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았다.
단지 물었다.
“제가 뭘 더 해야 하나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질문을 바꾼다.
“당신은 무능하지 않다.”
학생의 눈이 잠시 흔들린다.
“다만, 지금은 방랑자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당신은 이동하고 싶어 한다.
기회가 생기면 옮기고 싶어 하고,
다른 가능성도 계속 탐색한다.”
학생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묻는 기준은 아직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회사든 지원한다.
어떤 직무든 가능성을 열어 둔다.
면접에서는 ‘배우겠다’고 말한다.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정렬되어 있지는 않다.
“진로성숙도 점수는 올랐다.
계획도 세우고, 자기이해도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독립성이 아직 구조화되지 않았다.”
학생은 잠시 말을 멈춘다.
“독립성이요?”
“결정의 기준을 타인에게 두지 않는 힘이다.
합격 가능성이 높은 곳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맞는 방향을 고르는 힘.”
계획은 있다.
그러나 흔들린다.
자기이해는 있다.
그러나 통합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방랑자형 구조가 유지된다.
“그래서 더 해야 할 건 없다.”
학생이 처음으로 고개를 든다.
“대신 정렬해야 한다.”
상담은 세 가지에 집중한다.
① 자기지식의 통합
— 흩어진 경험을 하나의 서사로 묶는다.
② 가치 명료화
— ‘합격’이 아니라 ‘방향’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③ 실행 구조 설계
— 목표 → 기준 → 선택 → 행동을 연결한다.
점수를 올리는 개입이 아니라
구조를 재배열하는 개입이다.
“시민형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주도성, 가치지향성, 무경계 사고방식이
균형 있게 높은 상태다.
조직이동선호는 낮다.
불안에 의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하고 싶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했기 때문에 움직인다.”
학생은 한참을 생각한다.
“그러면 저는… 방향부터 다시 잡아야겠네요.”
“아니, 방향은 이미 있다.
당신은 다만 그 방향을 신뢰하지 못했을 뿐이다.”
상담은 이렇게 끝난다.
“당신은 무능한 게 아니다.
지금은 구조가 정렬되지 않았을 뿐이다.”
학생의 어깨가 조금 내려온다.
문제는 노력 부족이 아니었다.
구조 속 정체였다.
그리고 상담의 역할은
능력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청년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더 준비하라.
더 경험하라.
더 버텨라.
그리고 취업이 되지 않으면
이렇게 해석했다.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평균은 올랐다.
탐색도 늘었다.
의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머무는 집단이 존재했다.
문제는 노력의 총량이 아니라
구조의 배열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지금
정체형인가,
방랑자형인가,
아니면 시민형에 가까운가.
당신은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왜 어떤 구조는 이동을 만들고,
왜 어떤 구조는 반복을 만드는가.
취업 실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정렬 문제라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노동시장인가.
대학 교육인가.
심리 구조인가.
상담 방식인가.
다음 회차에서는
이 질문을 더 깊게 들어간다.
‘이동을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
방랑자형을 시민형으로 전이시키는
실질적 전략은 무엇인가.
이제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이동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