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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Jun 01. 2023

공유 킥보드는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

아직까지 공유 킥보드 요금은 많이 비싸다

안녕하세요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원스타입니다. 저는 한때 전동 킥보드(tmi. 큐텐에서 야심 차게 직구한 샤오미 미지아2)의 오너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공유 킥보드를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반가웠습니다. 이후 공유 킥보드 회사가 우후죽순 생기는 모습을 지켜봤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늘 보던 회사만 보이는 것 같네요.


지난 몇 년에 걸쳐 공유 킥보드 업체가 많이 없어진 건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공유 킥보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입니다. 공유 킥보드의 장점 중 하나인 아무 대나 버리기 반납하기가 선량한 행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일부 몰상식한 운전자가 킥라니가 되어 자동차 도로뿐만 아니라 9시 뉴스에 자주 출몰한 것이 부정적인 여론에 한몫했을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아직까지 공유 킥보드 요금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 전동 킥보드 전 오너의 전문성(?)을 살려서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약간 늦은) 출근 시간 잠실역 1번 출구 


사람들은 아직 라스트 마일 이동이 불편하지 않다

공유 킥보드는 라스트 마일 이동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라스트 마일이란 우리나라에선 보통 지하철역에서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정도의 거리를 뜻하고, 어림잡아 1~2km 또는 도보 10~15분 이내의 거리입니다. 선릉역에서 삼성역까지 걸어가는 거리 정도라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이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10분 정도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면 요금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1,800원에서 2,4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기존에 라스트 마일을 이동할 때 보통 루틴 하게 버스 환승을 했고 바쁘거나 피곤하면 택시를 탔으며 날씨가 좋고 심심한데 마침 눈앞에 따릉이가 보이면 따릉이를 잡아탔고 대부분은 그냥 걸어 다녔습니다. 여기서 후발주자인 공유 킥보드가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택시, 버스, 따릉이, 도보 사이에서 포지셔닝이 확고해야 하는데, 공유 킥보드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 요소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유 킥보드 입장에서는 감사하게도 올해 서울시 택시의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공유 킥보드가 택시의 대안으로 주목받지 않는 것은 편의성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 킥보드는 본인이 직접 운전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고객이 이동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도 완전한 아웃소싱을 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공유 킥보드 회사는 이동의 즐거움을 설파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킥보드에 컵홀더나 스마트폰 거치대를 붙이고 있지만, 편하게 이동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먼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 욕구를 먼저 충족시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포장 음식을 찾으러 가는 즐거움보다 집에서 시켜 먹는 편안함이 훨씬 더 크니까 사람들은 배달비가 비싸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컵홀더와 스마트폰 거치대가 없으면 구버전, 있으면 신버전


이전에 없던 법규도 제정됐습니다. 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 면허 이상의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도로 상황에 따라 이용해야 하는 도로가 정해져 있습니다. 헬멧 착용도 필요합니다. 질서와 안전을 위해서 당연한 일이지만, 공유 킥보드의 편의성 측면에서 여러모로 불리하게 됐습니다.


택시 이외 다른 이동 수단은 공유 킥보드가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버스는 100원으로 환승이 가능하고 따릉이는 압도적으로 저렴합니다. 공유 킥보드의 고객은 도보로 평소에 15분 걸리는 거리를 킥보드 덕분에 5분 만에 도착해서 10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2,000원을 쓰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소비인지 의문을 가질만합니다.

결론적으로 아직 사람들은 라스트 마일의 이동에 대해 약 2,000원을 지불할 만큼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유 킥보드는 경쟁보다 존버가 필요할지도?

고객이 공유 킥보드의 효용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직 많은 분들이 킥보드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 킥보드는 단순히 라스트 마일의 프레임을 벗어나, 퍼스널 모빌리티로써 고객에게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학교 캠퍼스, 회사 및 공장 부지, 테마파크, 행사장, 지자체 등에서 전용 서비스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목적을 갖고 이동할 때 킥보드를 사용하는 경험을 하는 거죠. 이미 카이스트 캠퍼스 전용으로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했던 ZET(현, GCOOTER)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의 누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쏘카의 성장 히스토리를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쏘카도 택시와 비교했을 때 고객이 직접 운전을 해야 하고 가격도 비싸다는 걸림돌이 있지만 여행 프로모션, 업무용 렌트, 장기 렌트, 신차 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카쉐어링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현재 0~10세 아이들이 커서 구매력이 생겼을 때 킥보드를 필두로 퍼스널 모빌리티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킥보드를 통해 인생이 즐거워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아직까지 공유 킥보드의 요금은 비쌉니다. 시장에서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팔리지 않은 상품은 없습니다. 가격을 낮춘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거죠. 공유 킥보드가 부흥하려면 메인 퍼소나(서울 오피스 지역 통근러로 추측합니다)를 대상으로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고, 잠재 고객이 공유 킥보드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파악한 후 하나씩 지워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 서두에 언급했듯이 지난 몇 해에 걸쳐 공유 킥보드 회사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 말인즉, 지금 서비스 중인 공유 킥보드 회사는 1차 승리자입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공유 킥보드 회사에 무한한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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